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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 뒤탈 아킬레스건 염증


그리스 신화 속 아킬레스(아킬레우스)는 갓난아기일 때 상처를 입지 않는 능력을 얻는다. 그의 어머니인 요정 테티스가 신들의 공격으로부터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그의 온몸을 저승 주변 스틱스 강물에 담갔던 덕분이다. 다만 테티스가 아킬레스의 발목을 손으로 잡은 채 강에 넣으면서 물에 닿지 않은 발목의 뒤편 힘줄(건)만은 약점으로 남았다. 인체에서 가장 강한 힘줄로 꼽히는 아킬레스건의 명칭이 붙은 유래다.

아킬레스건은 인체에서 가장 굵고 튼튼한 힘줄이다. 하지만 의외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며 심하면 파열이 생기기도 한다. 신화에서 아킬레스가 이곳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모습과 닮았다. 특히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철에는 겨우내 굳어있던 몸 곳곳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의 영향으로 부상에 취약해지기 쉬운데, 아킬레스건 역시 본격적인 신체활동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 필요한 부위이다. 이곳에 생긴 염증은 잠시 활동을 멈추고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지 않으면 파열이라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충분히 회복해야 한다는 인체의 경고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과 발뒤꿈치를 연결하는 힘줄로 보행, 달리기, 도약 등의 움직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힘줄은 수축·이완하면서 발이 땅을 밀어내는 추진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전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한다. 연결된 부위가 아래로는 발꿈치뼈의 뒤편부터 시작해 종아리 후면 근육을 지나 위로는 무릎 관절을 통해 허벅지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전반적인 하체의 움직임과 관련된다. 그만큼 많이 사용되므로 과도한 부하가 가해지면 손상될 위험이 커진다는 얘기도 된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는 아킬레스건염의 대표적 증상은 통증과 부종이다. 유영탁 대전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아킬레스건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운동이나 활동 후에 아킬레스건이나 발뒤꿈치 부분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라며 “심하면 가벼운 운동이나 휴식 중에도 통증이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부종과 열감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하중·잘못된 신발 착용 땐

운동 중 ‘뚝’ 소리·극심한 통증

아킬레스건 파열 가능성 높아져


갑자기 운동 강도 높이지 말아야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은 ‘필수적’

뒤꿈치 2~3㎝ 높은 신발이 편안


아킬레스건염이 발생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과체중이나 비만, 종아리 근력의 약화, 발목 관절의 정렬 이상, 50세 이상의 나이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한두 가지 있는 상태에서 무거운 하중이 집중되거나 가동범위의 한계까지 치닫는 과도한 운동, 미세한 손상이 반복되는 과사용과 발에 무리를 주는 신발 착용 등의 요인까지 겹치면 발병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다만 노화나 과사용 등의 결과로 오는 퇴행성 변화가 항상 통증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인에게 아킬레스건염이 진행 중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 중 갑자기 ‘뚝’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염증 수준을 넘어 아킬레스건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높다. 아킬레스건은 일상 속의 다양한 하중을 잘 견딜 수 있게 굵고 튼튼하게 되어 있지만 그에 비해 혈류 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손상이 누적되면 파열되기 쉽고 또 회복도 느리다. 특히 발뒤꿈치뼈에 붙어 있는 지점부터 위쪽으로 2~6㎝까지의 부위가 손상 시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곳이다. 파열은 노화와 과사용에 따른 만성적인 퇴행성 변화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원래 건염 증상이 없었더라도 종아리 근육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수축하는 운동을 할 때 더 자주 생긴다.

예상치 못한 아킬레스건 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선 운동 전후 종아리 근육의 적절한 스트레칭이 필수적이다. 배서영 인제대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 교수는 “몸 전체의 유연성과 순발력이 떨어지면 갑작스러운 하중을 아킬레스건이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기 쉬우므로 전신 준비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 혹은 일교차가 큰 날씨에는 경직된 몸이 적응되기 전 운동 강도를 갑자기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아킬레스건에 비교적 가벼운 손상이나 염증이 있다면 활동을 줄여 주변 부위까지 최대한 쉬게 해주는 게 좋다. 아킬레스건염으로 진단받았다면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재발과 만성화로 인해 건 전체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소염진통제 복용이나 얼음찜질, 적절한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특히 선천적으로 아킬레스건 길이가 짧은 체형이라면 운동 전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유영탁 교수는 “아킬레스건이 손상되면 걷기나 달리기 같은 간단한 활동에도 통증이 발생해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늘 해오던 익숙한 운동이어도 나이가 들면서 아킬레스건의 유연성과 강도가 감소해 자칫 부상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걷고 이동하는 동작 없이 생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염증으로 약해진 아킬레스건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지면 파열 위험도 높아진다. 파열이 발생했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나을 수 있는 정도라면 6~8주간 부목 고정(깁스)을 해 자연히 치유되길 기대할 수 있다. 만일 발끝으로 설 수 없는 상태거나, 과거 파열된 경험이 있는데 재발한 경우, 젊고 활동이 많으며 수술로 인한 부담이 작은 편일 때는 수술 치료를 받는 것이 경과가 더 좋을 수 있다. 빠른 수술로 아킬레스건 손상을 치료하면 재파열이 적고 근육이 위축되는 정도도 덜하다. 수술 후에는 적극적으로 재활운동을 해야 힘줄과 근육이 약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일상 속에서 아킬레스건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면 잘 맞고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도 중요하다. 충격을 잘 완화해주면서 발의 아치를 지지해주는 신발이 좋다. 발바닥 앞뒷면을 떠받치는 밑창이 평평한 신발보다는 뒤꿈치가 앞꿈치보다 2~3㎝ 정도 높은 신발이 아킬레스건의 긴장을 줄이고 뒤꿈치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한 가지 신발만 계속 신기보다는 여러 신발을 돌아가며 착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배서영 교수는 “아킬레스건은 한번 손상되면 수술을 하거나 긴 시간의 회복 과정이 필요해서 보통 운동을 재개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따스해지는 봄에 운동, 등산 등 야외 활동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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