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자원입대한 것으로 밝혀져
마이클 글로스 브콘탁테 캡처 갈무리.
[서울경제]
미국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이 러시아군에 자원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언론 아이스토리스(iStories)는 온라인에 유출된 러시아군 모병 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미국 출신의 마이클 알렉산더 글로스(사망 당시 21세)로, 그는 지난해 9월 러시아군에 자원해 입대했으며, 네팔 출신 병사들과 함께 3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배치됐다.
마이클은 러시아판 SNS 브콘탁테(VK)에 자신을 "다극화된 세계의 지지자"로 소개하며, "집을 떠나 세계를 여행했고, 파시즘을 혐오하며 조국을 사랑한다"고 적었다. 그의 계정에는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국기가 함께 걸려 있었다.
줄리앤 갈리나 CIA 디지털 혁신 담당 부국장과 이라크전 참전용사 래리 글로스의 아들인 마이클은 과거 대학 시절 성평등과 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섰으며, 좌파 성향 환경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에 소속되기도 했다.
그는 2023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중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인들에 따르면 마이클은 이스라엘-가자 분쟁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에 분노해 러시아행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음모론 영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은 결국 지난해 4월 4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 지역에서 포격에 노출돼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러시아로 갔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전투에 참여한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의 죽음은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지난해 6월, 미 국무부를 통해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래리 글로스는 아들이 오랜 정신질환을 앓아왔으며, 10대 시절부터 국가안보 전문가 부모와 가치관 충돌을 빚었다고 밝혔다. 부모는 지난해 12월 장례식을 치렀지만 부고에는 '동유럽'에서 사망했다고만 표기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관련 언급은 피했다.
CIA는 공식 성명을 통해 "마이클의 죽음을 국가안보 문제로 보지 않으며, 가족의 사적인 비극으로 간주한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