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전자 칠판에 학생들 답변 공유 ‘효과적’
학생들 기기 사용 어려움 겪고 집중력 저하 커
교사 “문제 풀이는 AI, 수업은 종이책이 편해”
학생들 기기 사용 어려움 겪고 집중력 저하 커
교사 “문제 풀이는 AI, 수업은 종이책이 편해”
25일 경기 능곡초 3학년 학생들이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학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화면 전환을 어려워해 교사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했다. 사진은 교사 도움을 기다리는 세 학생의 태블릿PC에 각각 다른 화면이 띄워져 있는 모습. 김송이 기자
“선생님, 학급칠판 어떻게 들어가요?”
“선생님, 팝업이 차단됐대요. 어떻게 해요?”
25일 오전 경기 시흥시 능곡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이용한 수학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기 사용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이날 수업을 맡은 이혜린 교사는 학생 24명 중 화면 설정이 잘못된 대여섯명을 도와준 뒤에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간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학교를 방문할 때 수업 공개가 이뤄진 적은 있으나 개별 학교의 수업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학교 3·4학년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영어, 수학 수업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부터 일선 초중고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서 3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선 준비가 되지 않아 이달 중순부터 쓰기 시작한 곳이 많다.
이날 학생들은 ‘길이와 거리 어림해보기’를 배웠다. 태블릿PC에 터치펜으로 선을 그린 뒤 짝꿍과 길이를 어림해보거나 AI 디지털교과서 안에 탑재된 자로 길이를 측정해보는 활동을 했다. ‘학급칠판’ 기능은 효과적이었다. 이 기능을 이용하니 교실 앞 전자 칠판에 학생들의 답변이 한 번에 공유돼 서로의 답변을 비교할 수 있었다.
한 학생이 답변 대신 낙서를 그려 학급칠판에 업로드했다. 김송이 기자
“선생님, 안 되는데요”…“누가 장난치나요”
학생들이 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점이 문제였다.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시간이 적지 않게 들었다. 이 교사는 이날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한 것이 5번째라고 했다.
다음 활동으로 넘어갈 때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됐다. 교사와 학생의 화면이 같도록 동기화하는‘ 집중학습모드’를 이용해도 일부 학생들의 화면은 교사 화면과 달랐다.
“선생님 안 되는데요.” 학생 서너명이 동시에 외치자 교사가 교실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화면을 바꿔줘야 했다. 한 학생은 화면이 이상하다며 교사에게 직접 태블릿PC를 들고 왔다. 이 교사는 “집중학습모드를 켜도 시스템 오류 때문인지 적용이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수업을 시작 후 20분이 지났을 때 한 학생의 태블릿 전원이 꺼졌다. 배터리를 다 쓴 탓이었다. 이 학생은 남은 수업 시간 짝꿍의 태블릿을 나누어 썼다. 25분이 지나자 학생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흐트러졌다. 선생님이 다음 활동을 설명하는 동안 몇몇 학생은 학급칠판에 낙서하거나 수업과 관련 없는 단어를 전송하며 장난을 쳤다. 결국 이 교사가 “1반, 태블릿에서 모두 손 떼세요. 누가 자꾸 장난치나요”라며 주의를 시켰다.
태블릿 사용이 익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격차가 뚜렷해 보였다. 어떤 학생은 양손으로 키보드 자판을 치며 빠르게 주관식 답을 입력했다. 반면 일부는 답을 입력하고도 확인 버튼 누르는 방법을 모르거나 여러 버튼을 동시에 누르다가 수업 화면 밖으로 튕겨 나가길 반복했다.
한 학생의 책상 위에는 디지털 원패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어른 글씨로 적힌 메모지가 놓여있었다. 저학년 학생들은 알파벳과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로그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가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한 학생이 AI 디지털교과서에 탑재된 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실물 자를 태블릿PC에 대고 있다. 김송이 기자
학생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재밌고 편하다”면서도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모군은 “연필을 쓸 땐 손이 아팠는데 키보드는 훨씬 편하다”며 “애들이 이상한 댓글을 달기도 하고 문제 풀 때 낙서를 하며 놀기도 한다. 그럴 땐 선생님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율군은 “틀려도 지우개로 안 지워도 돼서 좋다”며 “수업 때마다 4~5명은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말한다. 처음 쓰면 버튼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문제 풀이는 AI 디지털교과서로 하되 전반적인 수업은 종이책으로 할 때 훨씬 편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 개별 피드백이 가능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린 문제가 무엇인지 성취도 통계가 나와서 지도하기 편하다”면서도 “아직 3학년이라 절제력이나 자기주도성이 부족해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스스로 습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