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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통상 협의 후 줄라이 패키지 뜻 모았지만
강달러 문제 손 쓸 방안 전혀 없어
알래스카 프로젝트·비관세 문제도 고민
6월 3일 대선에 일정도 촉박

한국과 미국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2+2 통상 협의’에서 후, 관세·비(非)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협의에서 양측의 요구 사항과 양보 사안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이 핵심 의제로 삼은 4대 분야도 곳곳에 함정이 있어 협의를 진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참석,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 새롭게 등장한 ‘환율’문제… 우리측 손 쓸 방법 전혀 없어

이날 협의에서 등장한 것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의제는 ‘환율’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갑작스럽게 공식의제로 제안하면서 논의테이블에 올랐다.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는 별도로 환율 정책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으며, 조만간 실무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이 환율을 핵심 의제로 제시한 건 강달러 현상을 억제하고, 원화강세·달러약세를 유도하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정부나 중앙 은행이 외환시장에 강달러를 위해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 원화 약세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 기축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보인 것도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로 전환할 현실적인 방법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스티븐 미란 교수는 지난해 말 다른 나라가 보유한 단기 미 국채를 장기 미 국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채권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외환보유고 내 달러 매도 등도 원화 강세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달러 보유고 감축을 전제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도 고려할 수 있으나, 미국이 이에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경제 침체가 올 수 있어 불가능하다. 외환보유고에 있는 달러를 파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을 빌미로 다른 요구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를 인위적으로 절상할 수단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채 매입 요구를 하거나, 다른 나라에 보여주기식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투자협력, 비관세 장벽 해결도 쉽지 않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한미 간 투자협력 역시 진전이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에 나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사업비가 약 440억 달러(약 63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도 수익성 기대치가 낮은 편이다. 게다가 가스를 민간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

이러한 상황 속 미 백악관 에너지지배위원회는 “한국과 일본에 수주 내에 알래스카산 LNG 구매 계획을 공식적으로 약속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검토가 필요하지만, 알래스카산 LNG 장기 구매 계약 제안 자체도 대응이 쉽지 않다”며 “프로젝트 지연이나 실패 시 금전적 손해는 물론, LNG 수급 차질로 인한 국내 충격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비관세 장벽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해결을 요구하는 비관세 장벽은 ▲과일 수입 절차 완화(사과, 배, 복숭아 등) ▲LMO 농산물 수입 절차 완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해제 등이다. 하지만 농민과 소비자 모두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이를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칫하단 전국민적 반미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 6.3 대선에서 새로 출범할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숙제다.

미국이 지속해서 비관세 장벽으로 꼽아온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 등도 과반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티브릿지에 따르면,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9%)이 안보 위협, 데이터 주권 침해 문제로 구글에 지도를 반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 의견은 10%에 그쳤다.

​◇ “줄라이 패키지, 시간 맞추기 어려워… 관세 부과 연기 요청해야"

정권교체기라는 정치적 변수도 부담 요소다. 현재 행정부 내부에서는 “대선 이후로 중대한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줄라이 패키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7월까지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내용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통상조약은 체결 전 공청회, 국민 의결 수렴, 경제적 타당성 검토, 국회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6월 3일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 장관과 협상단 교체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인선 및 청문회 절차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미간 시각 차가 상당하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상호관세·업종별관세 철폐를 노리고 있지만, 미국은 “업종별관세 부과에 예외는 없다”는 입장으로 간극도 상당하다. 현재 관세·비(非)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모두 광범위한 주제로, 내용을 구체화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측의 협상 목표와 입장차가 크고, 의제도 광범위하다”면서 “한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보면, 줄라이 패키지 실현 가능성이 낮고, 관세 부과 시점 연기 요청이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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