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이념 편향 인사 막지 못해
헌재 민주적 정당성 제도적 확보"
'이균용 모델'... 독일도 유사 법률
위헌 논란에 정치적 실익 우려도
실제 대선 공약 추진될지 미지수
헌재 민주적 정당성 제도적 확보"
'이균용 모델'... 독일도 유사 법률
위헌 논란에 정치적 실익 우려도
실제 대선 공약 추진될지 미지수
문형배(왼쪽)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받게 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당 안팎에서는 삼권 분립의 견제 기능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도록 돼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조치를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고민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정 이념에 편중된 인사가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의 헌법재판관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구속력은 없다. 부적격 인사가 지명되더라도 대통령의 임명을 제어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셈이다.
당내에선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기 위한 국회 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균용 모델'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023년 8월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으로 지명됐으나 비상장주식 보유 논란 등이 불거졌고,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대법원장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임명된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했고, 조 대법원장은 무난히 민주당의 동의를 받았다.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이 조 대법원장 임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대법원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법원장처럼 헌법재판관도 국회 동의 절차를 강화하면 더욱 유능하고, 적절한 인사를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실제 독일은 헌법재판관 16명을 모두 국회에서 선출하지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는 아직 '검토' 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 여러 정치적 고려를 했을 때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당장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법조인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중도층 표심 확보에 그다지 도움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도 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는 방안을 법률로 제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이 명확히 규정돼 있는 만큼 이 문제는 개헌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법률로 제정하더라도 위헌 결정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권한을 제어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하다는 정략적 속내도 엿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 헌재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문형배, 이미선 전 재판관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 몫의 두 명의 재판관 임명권은 차기 대통령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