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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유력 후보군’ 언론 보도엔
“하하하 웃고 끝냈죠” 소탈한 미소
24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한 회의실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성직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의 모습. 사진 장예지 특파원 [email protected]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뒤, 매일 아침 9시 바티칸 시노드 홀에선 추기경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초반엔 교황의 장례식과 추모 준비에 논의의 초점이 쏠렸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며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콘클라베’ 개최 협의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짙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73) 라자로 추기경도 24일(현지시각) 세 번째 추기경 전체회의에 참여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유 추기경은 차기 교황을 뽑을 콘클라베 선거권을 갖고 있고, 동시에 피선거권도 부여받은 135명 중 한 명이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주목한 유력한 교황 후보군에도 들었다. 그러나 유 추기경은 정작 이 소식에 “하하하 웃고 끝냈죠”라며 특유의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유 추기경은 24일 교황청 건물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 또 그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야 할 새 교황의 과제를 말했다.

한국의 계엄 사태 걱정했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사회의 아픔 또한 어루만진 인물이었다. 2014년 8월 방한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했던 그는 10년 뒤인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사태 당시에도 유 추기경에게 상황을 물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제게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걱정을 하셨다”며 “(상황을) 설명드리니 (상황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들이 국회 앞에 나서고, 이후 탄핵 의결에 이르기까지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의 이야기 역시 교황에게 전했다고 한다. 유 추기경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전인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를 향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며 정의롭고 지체 없는 선고를 내려 줄 것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 내려놓고 간 교황…모범으로 따르겠다”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자주 소통했던 유 추기경에게도 그의 선종은 큰 상실감을 남겼다. 지난 2월 폐렴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던 교황은 건강이 악화됐지만 37일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 (지난해) 10∼11월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성탄 전에도 주치의 등이 강력히 병원 입원을 말씀드렸는데 성탄절의 (일정이) 있으니 말을 듣지 않으셨다. 교황은 사람을 참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복음을 전하실 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다른 사람이 대독을 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예술인과 경찰, 군인들을 만나셨는데, 그 뒤에 입원을 하셨던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3일 퇴원한 뒤에도 절대 안정을 권고 받았지만, 부활절 사흘 전 로마의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를 만나고, 선종 전날인 부활절 강론에서도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찾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그 다음날 아침 7시35분께 선종했다.

유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음과 부활이다. 교황님은 예수님의 부활을 가장 멋있게 증거하고 가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사람을 다 받아주고 사랑하셨다”며 “마지막까지 다 내놓으시고 멋있게 가신 교황을 더 이상 뵐 수 없어 아쉽지만, 모범으로 따르고 싶은 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이 24일(현지시각)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놓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사진을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차기 교황, 진보? 보수? “성직자는 복음을 살아가야”

개혁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차기 교황으론 이번엔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후보자가 적합하다는 일부 목소리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라 가톨릭이 권위를 내려놓고 개혁적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백인·비유럽 출신 교황에 대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주요 후보군에 들어간 유 추기경은 “누구도 (결과를) 맞출 순 없다. 지금까지 언론의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 적도 없다”며 “지금의 시대가 어떤지, 교황은 어떤 분이 나와야 하는지를 이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전 세계 252명 추기경은 새 교황이 뽑힐 때까지 바티칸에 머문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살 미만의 135명 추기경은 대화를 나누며 적합한 후보자를 물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유 추기경은 현 시대가 원하는 교황의 자질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에서 찾았다. 그는 “함께 걸어가기 위해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하면 들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음을 열고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분이셨다. 다음 교황님은 (이런) 모습을 이어가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교황을 거론할 때 손쉽게 보수와 진보로 구별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았다. 유 추기경은 다음에도 개혁적 성향의 교황이 나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나는 개혁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 분은) 가장 복음적이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보다 더 큰 개혁과 쇄신이 어디 있겠나. 복음을 살아갈 때 가장 개혁적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4월26일)를 기점으로 9일간의 애도 기간이 끝난 뒤인 다음달 5일이나 6일 시작이 유력하다.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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