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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조치 경고·취수 정지 대부분
기한 지나면 처분 사항도 ‘비공개’
미세플라스틱 검출 우려도 크지만
대부분 생수에 대한 경계심 낮아
“정보 공개 확대로 건강권 지켜야”
각종 플라스틱 병입 생수들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민들이 매일 마시고, 씻고, 사용하는 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상수원을 보호하거나 오염된 상수원에서 취수한 물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정화하는 방식을 통해 먹는 물(상수도, 먹는샘물, 혼합음료)의 품질을 관리해왔다. 이런 관리 방식은 상수원 수질이 양호한 경우, 즉 원수의 수질이 좋은 지역에서는 무리없이 작동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로 각종 의약품 복용이 일상화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현행 규제만으로는 걸러내지 못하는 각종 물질들이 빠르게 물에 스며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소독부산물과 미처 걸러내지 못한 미량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수돗물은 먹는물이 아니다’ ‘물은 사마셔야 한다’는 등의 왜곡된 인식이 퍼진 것도 사실이다.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공급체계 전반과 규제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3회에 걸쳐 먹는 물의 안전을 점검해본다.

최근 6년간 국내 먹는샘물(생수)의 수질기준 위반 사례가 40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에 유통된 제품의 수질기준이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회수 조치가 내려진 경우도 9건이었는데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4년 7월 사이 먹는샘물 수질기준 위반 현황을 보면 원수의 수질기준 부적합이 30건, 시중 유통된 제품의 수질기준 부적합이 10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는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수 업체들도 여럿 있었다. 먹는샘물이란 흔히 생수라고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병에 담겨 판매되는 병입수를 의미한다.

수질기준을 위반한 항목은 일반세균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총대장균군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알루미늄과 중금속인 크롬의 기준 위반, 탁도 위반은 1건씩이었다.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이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도 1건 있었다.

이들 업체에 대한 법적 조치 내용은 경고 14건, 취수정지 10건, 영업정지 1건, 과징금 5건 등이었다. 영업정지와 회수 및 폐기 조치가 내려진 것은 모두 8건이었다. 경고로 끝난 경우가 다수고, 취수정지와 영업정지 기간이 대체로 1개월 이하여서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위반 사실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생수와 관련해 환경부나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한 경우 홈페이지의 ‘먹는물 영업자 위반 현황’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경고 처분은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은 3개월 동안만 게시하고 있다. 회수·폐기한 경우도 회수·폐기 조치 종료일까지만 공개된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제한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먹는샘물에 첨가물을 넣은 혼합음료에서도 수질기준을 넘어선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중에 유통 중인 34개 혼합음료 중 11개 제품이 먹는물 수질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라늄 함량이 기준치의 20배에 가까운 제품도 있었다. 현재 혼합음료 수질검사에 우라늄 성분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제조업체가 수질기준을 모두 맞춰 생수를 유통시켜도 투명한 플라스틱병을 용기로 쓰는 탓에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유통과정에서 생수의 보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 역시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의 안전성을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022~2023년 사이 국내 생수 제품을 모니터링해 분석한 결과 1ℓ당 직경 2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1.32개 검출됐다. 검출률은 88.1%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병을 가열할 때만이 아니라 얼렸다 녹일 때도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나왔다.

플라스틱병에 든 물에 든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다양한 신종 오염물질의 등장을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미세플라스틱 관련 과학자들의 연구가 길어야 20년 미만인 탓에 플라스틱병입수 내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한 방법론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인체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까지 추정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현재 과학계에선 물에 든 미세플라스틱이 신체로 들어오면 위장관을 통해 전신의 순환계로 이동할 수 있으며,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내피기능 장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와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수에 대한 경계심은 높지 않다. 주변에서 쉽게 사서 마실 수 있어 편의성이 높고, ‘먹는샘물’ ‘생수’ 등 좋은 물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이름이 생수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방송에서 생수나 혼합음료가 든 플라스틱병을 PPL(간접광고)로 노출하는 것도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선 의원은 “국민들이 믿고 마시는 생수가 만성적인 수질 기준 위반과 미세플라스틱 오염 우려에 노출돼 있음에도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로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이 걸린 문제인 만큼, 생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위반 사례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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