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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앞둔 콘클라베…예측·기싸움·욕심 피어나
목소리 높이는 보수파, 치열한 보혁 갈등 예고
추기경 권리 박탈된 ‘한때 실세’ 등장에 논란
영화 <콘클라베> ‘재조명’…OTT 시청 급상승
2013년 3월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 시스티나 성당에 추기경들이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다음 달 초 시작된다.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후보군이 거론되는 가운데, 교리를 우선시하는 보수파가 목소리를 내면서 치열한 보혁 갈등을 예고했다. 한때 ‘실세’로 꼽혔으나 비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추기경이 콘클라베 참가 의향을 밝히면서 바티칸에 논란을 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오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 이후 추기경단 전체가 모이는 총회를 거쳐 내달 5~11일 사이 콘클라베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267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이번 콘클라베를 두고 베팅 사이트 등은 ‘바티칸의 2인자’ 교황청 국무원장인 이탈리아 출신 온건파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필리핀 출신 진보 성향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을 가장 유력한 두 후보로 꼽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콘클라베가 될 것이란 전망도 다수다. 미국 가톨릭뉴스통신(CNA) 기자이자 바티칸 분석가인 안드레아 갈리아르두치는 “콘클라베에서 서로를 아는 추기경은 거의 없을 것이며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이날 AP통신에 이번 콘클라베가 일찍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과도기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주님은 동서양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선정장한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아시아권 교황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된 유흥식 추기경(하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코리에레델라세라 홈페이지 갈무리


가톨릭 보수파의 대표적 인물인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은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통파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교회가 두 갈래로 쪼개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출신 뮬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생전 그의 개혁 정책이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해왔는데, 그의 뒤를 잇는 진보 성향 교황이 선출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뮬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론 등 대중 매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추기경들이 휘둘릴 영향이 있다며 “진리 안에서 교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콘클라베를 위해 바티칸에 도착하는 추기경들에게 영화 <콘클라베>에 묘사된 비밀스러운 책략을 피하라고도 경고했다. 영화 <콘클라베>에선 전통적 가치 회복을 내세우는 보수파와 전임 교황의 개혁적 행보를 계승하려는 진보 세력 사이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된다. 이 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난 21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급증하기도 했다.

한편 비위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은 콘클라베에 참가해 투표하겠다고 밝혀 바티칸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겼다. CNN 등에 따르면 베추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고향 사르디나에서 출발할 때 기자들과 만나 “콘클라베에 참가할 것”이라며 “새 교황을 뽑을 선거인들이 모이는 콘클라베에 내가 참석하는 것을 막을 어떠한 형식적·법적 장애가 없다”고 주장했다.

비위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 AFP연합뉴스


베추 추기경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교황의 ‘개인 비서’인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지낸 데 이어 2018년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시성성(현 시성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한때 ‘바티칸 실세’로 꼽힌 고위 성직자였다. 그러나 영국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돼 2020년 추기경의 권리와 예우를 상실했다. 2023년 바티칸시국 1심 법원에선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베추 추기경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교황청은 바티칸 형사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최초의 추기경인 그를 공식적으로 “선거권이 없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베추 추기경은 콘클라베 참여권을 포기하라는 교황의 명령 등 공식적인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자비를 베푸는 차원에서 추기경단 총회에 참석하도록 한 것을 두고 ‘추기경으로서 권리가 복원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은 추기경단 총회에서 베추 추기경의 콘클라베 참여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전체 추기경 252명 중 80세 미만인 추기경 135명이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135명 모두 투표권자인 동시에 후보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명 투표를 반복한다.

<김희진 기자 [email protected]>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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