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운영위원장 “해체” 발표에 대변인은 “결정된 바 없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단위 정책 전문가집단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전 KDI국책정책대학원 원장) 공동상임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정책 전문가 집단(싱크탱크)으로 알려진 ‘성장과통합’이 출범 일주일 만에 와해 위기에 처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국면에서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이 과열되면서 내부 갈등이 커졌고 결국 해체 논란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현웅 성장과통합 기획운영위원장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 후보의 싱크탱크로 불리고, 일부 인사가 차기 정부의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시비와 민주당 선대본 활동과 관련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23일 기획운영위원회 참석자 전원의 합의로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별로 수많은 온·오프라인 회의, 출범식, 정책 체계화 등의 활동은 정책보고서를 완성함으로써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이 같은 보도자료가 나오자 임병식 성장과통합 대변인은 “해체를 운운하는 보도자료는 유종일·허민 상임공동대표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유·허 공동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정책 제언집을 특정 캠프에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 정당에 전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발전적 해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 결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성장과통합은 지난 16일 출범했다. 출범식에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이언주·전현희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와 다수의 소속 의원이 참석하며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날부터 성장과통합 해체설이 돌기 시작했다. 성장과통합이 오는 28일 예정했던 인공지능(AI) 분야 심포지엄을 내달 초로 연기하고, 유 공동대표의 지난 22일 국회 특강도 취소하는 등 활동을 돌연 중단하면서다. 해산 여부를 두고 조직 내 이견이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해체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배경에는 성장과통합 인사가 차기 정부에 기용될 것이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경선 단계에서 미등록 민간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단체가 출범 초기부터 ‘이재명의 싱크탱크’란 기치를 내걸고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된 점도 논란의 배경이 됐을 거란 지적이 나왔다. 최근 당 지도부나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책들이 당 또는 캠프의 공약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그 출처로 성장과통합이 지목됐다는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설익은 정책공약 보도가 쏟아지는 것에 우려가 크다”며 “반복 시 징계 요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캠프 측은 “이재명 후보 캠프는 공식 싱크탱크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