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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처방전 받고도 약을 못 구해서 약국 50곳에 전화를 돌렸어요. 50번째 약국에서 겨우 구하고 울었어요.”

5년 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이유리(26)씨에게 치료제는 시력이 매우 나쁜 사람이 쓰는 ‘안경’과 같다.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집중하기가 어려워 실수가 반복돼 일상을 ‘선명하게’ 살아내기 어렵다. 이씨는 최근 그 약을 구하려 약국 수십곳에 전화를 돌리는 일이 다반사다. 수요가 늘어나 약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그는 “이 치료제가 ‘공부 잘되는 약’ 정도로 여겨져 찾는 사람이 늘었단 이야기를 들었다”며 “나에겐 중요한 약이 가볍게 여겨지고, 그 탓에 품절까지 된 것 같아 갑갑하다”고 하소연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을 들어보면, 대표적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콘서타’의 경우 27㎎, 54㎎은 부족 상태고, 36㎎도 다음달부터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공급 부족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서울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유아무개(48)씨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 콘서타 수급이 불안정했다가 올해 1~2월부터는 아예 안 들어온다”며 “도매 쪽에서도 얘기를 안 해줘 언제 재고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제약사 쪽은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콘서타 사용이 승인돼 원료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하지만, 식약처는 수요 급증도 원인으로 본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는 2019년 13만3800여명에서 지난해 33만7500여명으로 2.5배 늘었다.

치료제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론 2022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쉽게 규정할 진단지표가 신설된 데 더해, 이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 ‘집중 잘되는 약’ 등으로 오남용된 영향도 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아이가 조금만 산만해도 부모가 소아정신과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게 해 약을 먹이는 경우, 학생들이 시험을 친다며 처방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이 치료제를 오용할 경우 수면장애, 식욕부진, 환각 증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당사자 이유리(36)씨가 최근 약을 구하지 못해 먹게 된 2022년 처방약을 내보였다. 이씨 제공

식약처가 지난해 10월 온라인 부당광고·불법판매 등을 점검한 결과,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 711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 치료제가 처방된 243만7508건 중 10대 청소년이 처방받은 건수는 75만여건이었다.

정작 이 약이 필요한 당사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전두엽 문제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진단받은 김유진(18)씨는 “지난 1월 콘서타가 없어 (다른 치료제인) 메디키넷으로 바꿨다가 맞지 않아 2주 전에 다시 콘서타를 힘들게 구해서 먹고 있다. 품절 상태가 계속될까 봐 많이 무섭다”고 했다. 유아무개(29)씨도 “당사자들의 삶을 크게 좌우하는 약 수급 문제가 긴급하고 중요하게 다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콘서타의 경우 제약사 쪽은 공급이 원활해지는 시점을 5월 말에서 6월 초로 보고 있다. 다만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업체 쪽에 행정적 지원을 하는 등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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