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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셔터스톡

" 차가 포르쉐인데… 여성 기사, 괜찮겠어요? "
23년 경력의 베테랑 여성 대리운전 기사 A씨(54)는 최근 한 골프장에서 '회장님' 콜을 받았다가 고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그는 “고급 차를 수도 없이 몰았고, 더 큰 차도 운전해 봤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운전 실력을 의심받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결국 콜은 취소됐다.

기분 나쁜 농담도 겪었다. 고객과 동석한 지인들이 “여자 기사가 와서 좋겠다”, “집에 바로 가야지 딴 데 가면 안 돼”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대부분 고객은 성별 상관없이 안전하게 집에 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가끔 이런 고객이 있으면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여성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업체에서 미리 콜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 기사에게 가는 콜을 여성 기사에게는 띄우지 않거나, 처음부터 ‘남성 기사만’이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술에 취한 남성을 상대하는 서비스 특성상 남성 기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콜 배제는 여성 기사에게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입이라는 이중고를 안긴다. A씨는 “같은 시간을 일해도 남성 기사와 수입은 40~50% 차이 난다”며 “수입이 적다 보니 멀리 있는 콜을 무리하게 받아 새벽 4시에 귀가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성별임금격차 현황과 해소방안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아미 기자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차별은 임금 격차로도 이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현황과 해소방안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현실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통계청 자료 분석, A씨 같은 사례를 포함해 설문조사·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 노동시장 주요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로 나타났으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낮고 그 격차는 확대됐다. 2023년 기준 정규직 성별임금격차는 70% 수준으로 올랐으나, 비정규직은 64%까지 떨어졌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일자리는 여전히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묶인 경향이 있고, 코로나 19 이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완화 속도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며 “여성에게 집중된 불안정 고용의 페널티를 완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프랑스와 아이슬란드는 남녀평등지수 공시제와 인증제를 도입하고,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을 시 재정적 처벌 등의 제재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성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ESG 공시 의무화와 연계된 정부의 성평등 공시 가이던스 제시, 육아 휴직 제도 개선, 노동시간 단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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