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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이슈 외면 '로키 전략'
"원전, 상황에 따라 이용" 원론적
의대 증원은 사회적 합의만 강조
외교·부동산·젠더 분야 신중모드
논쟁 피하며 중도 표심잡기 집중
각론없는 공약에 '속빈 강정' 지적
李 싱크탱크 '성장과통합' 해체설도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원전’ ‘의대 증원’ 등 사회적 논쟁을 촉발할 만한 사안에 대해 ‘로키’ 전략을 보이고 있다. 연일 지역·분야별 공약을 발표하며 정책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논쟁적인 사안에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공약에 ‘각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오전 전북 새만금33센터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24일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현장 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원자력 문제는 전기 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병존하기 때문에 두 가지 문제 중에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2040년까지 탈석탄 달성’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원전에 대해 함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의대 설립 이슈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대가 없는 유일한 광역 지자체인 전남과 의대(서남대)가 폐교된 전북에 ‘국립 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의료 인력을 직접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전만 해도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했는데 ‘국립 의대’로 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도 ‘국립 의대가 공공의대인 것이냐’는 질문에 “거의 비슷한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국립 병원이고, 같은 개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 의대가 공공의대와 같은 구상임을 드러낸 것이지만 공공의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북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다가 의료계의 반발로 철회한 전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공공의대를 답처럼 얘기한다.너무 순진하다”고 논평했다.

이 후보는 22일 의료 공약 발표에서도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전국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1개 확보’ 등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지 않았다. 의대 증원은 규모 언급 없이 ‘사회적 합의’만 강조했다.

이 후보 캠프는 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논쟁이 될 만한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은 적극적으로 공약화하지 않을 방침이다. 캠프 관계자는 “본선에 가도 외교 관련 공약은 과거사처럼 세부적인 것보다는 거시적인 주제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오염수 방류 등을 두고 일본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지난 대선에서 여성 공약 중 하나로 일본군 위안부 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지난 대선에서 ‘토지 이익 배당(국토보유세)을 도입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낸 것과 달리 부동산 공약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약점이 된 만큼 짧은 대선 기간 동안 부동산 세제를 굳이 이슈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도 앞서 유튜브 방송에서 과거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 “수용성이 너무 떨어져 표만 떨어지고 도움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20대 대선에서 화두로 떠오른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여성’ 대신 ‘청년·가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 등 젠더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2030 남성 지지율을 잃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탈원전, 의대 증원, 기본소득 등 민감한 이슈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는 현 상황에서 중도층 표까지 얻으면 완벽하게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중도층은 극단적인 것을 싫어한다. 친미·친중 프레임이나 국민의힘에 대한 네거티브를 자제하며 중도층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도층을 의식한 전략이 오히려 ‘속 빈 강정’으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령 이 후보가 강조하는 인공지능(AI) 지원을 위한 전력 수급 계획 없이 ‘탈석탄’을 공약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평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후보는 AI 활용에 필요한 전력 이야기도 해야 한다”며 “듣기 좋은 말만 할 게 아니라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 ‘방폐장을 논의한다’ 등 필요한 부분을 짚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계속 민감한 주제를 피해가는 식으로 간다면 이 후보가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이재명의 공약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경선 후보 입장에서 중요한 공약은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봐야 하기 때문에 본선으로 가면 메시지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로키 전략과 별개로 외곽 조직에서는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은 캠프와 조율되지 않은 정책 메시지가 여러 차례 공개되고 당내 타 정책 조직과의 알력 다툼 우려가 나오며 이날 조직 해산 소식까지 전해졌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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