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늘어나자 저축 늘려
퇴직 후 걱정… 재고용 활성화 필요
퇴직 후 걱정… 재고용 활성화 필요
연합뉴스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가 한국인의 소비 성향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은퇴 후에도 오래 살게 되면서 50~60대를 중심으로 저축을 늘리고 지갑은 닫는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이런 내용의 ‘인구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연평균 3.0%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4.1%)을 꾸준히 밑돌았다.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52.1%에서 지난해 48.5%로 3.6% 포인트 줄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도 같은 기간 76.3%에서 68.2%로 8.1% 포인트 하락했다.
KDI는 소비 성향이 둔화하는 요인으로 기대수명 증가를 꼽았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2004년 77.8세에서 지난해 84.3세로 20년간 6.5세 늘었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 출생자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KDI는 지난 20년간 소비성향 하락(-3.6% 포인트)의 86.1%인 -3.1% 포인트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것으로 추산했다. 기대수명이 1년 증가할 때마다 소비 성향이 평균 0.48% 포인트씩 하락했다고 봤다.
소비 성향 감소는 특히 50대(-1.9% 포인트)와 60대(-2.0% 포인트)에서 두드러졌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퇴직 후에도 살 날이 많이 남은 상황에선 돈을 벌면서도 저축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KDI는 GDP 대비 민간소비 비율이 2034년 46.3%로 바닥을 찍을 것으로 봤다. 이후에는 소비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소비 증가보다 성장률 하향세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은퇴 시점 조정, 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 등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가 잠재성장률 하락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