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 앞에 깜짝 등장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145%까지 높인 관세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협상 방향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매긴 관세를 50%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세는 50~65% 사이로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진 않은 상태다.

현재 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지난해 말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단계적 접근'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품목에는 35%, 전략 품목에는 최소 100%의 관세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증시가 폭락하는 등 시장이 몇 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부터 중국에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의향이 있다"며 "관세율은 145%까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열려 있다"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WSJ는 "양측이 무역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달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공정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WSJ 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WSJ는 "현재 중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에 와 있는 상태"라며 "행정부 관계자들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곽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