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7일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22대 국회 개원식이 무기한 연기된 직후 개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 개혁이다. 대결과 갈등으로 점철된 후진적 정치가 사회 각 분야 발목을 잡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화, 설득, 포용으로 작동하는 정치다운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근본적 원인도 정치 붕괴에 있다. 그러나 오늘로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에서 정치 분야 공약은 자취를 감추었다.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정치 개혁 이슈는 관심 밖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압승 이후 국무위원·공직자 탄핵 남발과 입법 독주 등 의회 권력 남용으로 국정 혼란을 초래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권력 분산과 타협의 정치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보여줘야 중도·무당층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힘의 절제와 거리가 멀다. 대선 출마설이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또 탄핵하겠다는 겁박이 나오는가 하면, 더 강력한 내란·명태균·김건희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며 여전히 힘을 과시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권이 정치를 붕괴시킨 책임을 통감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재발 방지와 정치 쇄신을 약속하는 공론장이 되기는커녕 찬탄, 반탄 논쟁에 매몰돼 있다. 반탄 주장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당 차원의 반성 회피를 보여준다. 대선주자 중 아무도 ‘제2의 윤석열’을 막기 위한 비전을 내놓지도 않았다. 국회를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위헌·위법적으로 남용하는 정치를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 의회 독재가 문제"라는 식의 면피는 정권 교체 여론을 자극할 뿐이다.
양당과 대선주자들은 이제라도 구체적인 정치 정상화 비전을 내놔야 한다. 대통령·국회 권력 분산을 통해 대통령제 폐해를 보완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완결된 개헌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6·3대선이 정치 복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치가 3류도 아니고 4, 5류가 됐다"는 국민의 비판에 귀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