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 방문 뒤 미 2항공여단 헬기 격납고에서 최근 국내 발생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윌 마샬 대위 등 장병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3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한·미 연합사령부를 찾았다. 지난 1일 파주 공동경비구역(JSA) 대대 방문 이후 연이은 안보 행보다.
캠프 험프리스는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첫 일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찾았던 한·미 동맹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기지 건설 비용에 92%를 한국이 부담해 양국 관계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상징하는 곳으로도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예정된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한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날 양국 장병들을 만나 “저는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 병장 군번 12168724번 한덕수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한 대행은 연합 대비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미 동맹이 지속 강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대행은 이어 지난 3월에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에 참여했던 한·미 장병 6명의 이름을 모두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이날 한 대행의 군부대 방문을 “오래전 계획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선 출마에 대한 한 대행의 침묵이 길어지며, 이날 방문도 대선주자급 행보로 해석됐다. 한 대행은 최근 4대 그룹 총수를 소집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영·호남에 위치한 대기업 공장을 시찰하는 등 통상과 민생, 안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2017년 11월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한·미 장병들과 오찬을 했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한 대행은 24일 오전엔 국회를 찾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 연설을 한다. 대선 출마 언급 없이 민생을 위해 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한 대행의 일정을 보면 정교한 정치적 그림이 짜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한·미 통상 협의 결과가 출마를 결정짓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 내부에선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변수에서 상수가 되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대행은 지난 22일 FT에 이은 또 다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대선 관련 질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한 총리실 참모는 “한 대행이 몇 주 전만 해도 ‘대선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엔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며 “한 대행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시민 단체와 적극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는 것도 의외”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도 읽힌다. 5월 3일 최종 결정되는 국민의힘 후보자로 한 대행과 단일화에 긍정적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른다면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엔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