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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학습 사망사고 '인솔교사 유죄'에
소풍, 수학여행 등 취소·변경 잇따라
보조인력 지원해도 사고 위험 "안 간다"
"학교안전법 모호, 면책 조항 구체화해야"
지난달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현장체험학습 교사 선택권 보장과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울산 A초등학교는 올해 상반기 현장체험학습을 교내 체험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번 주 예정된 봄 소풍은 버스를 대절해 근교 목장 등을 다녀오는 대신 학교에서 숲이나 진로를 탐색하는 행사로 바꿨다. 학교 관계자는 “현장학습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학습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이후 교육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을 취소하는 학교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오는 6월 교사 책임 면제 조항이 포함된 학교안전법 개정안이 시행 예정이지만 현장학습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22일 교사노조연맹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유·초·중·특수교육 교원 9,692명을 대상으로 ‘현장학습 대응 마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4%가 현장체험학습 시 ‘교사와 학생의 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답했다.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1%로 나타났다.

실제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는 2,538개 초중고 가운데 345곳, 충남은 672개교 중 131곳, 전북은 724개교 중 109곳이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취소 또는 변경했다. 울산의 경우 249개 초중고 중 68곳이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보류했고, 나머지 학교도 대부분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울산교육청이 인솔교사의 부담을 덜고,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체험학습에 안전보조인력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초등학교는 한 곳만 신청하는 등 시큰둥한 분위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장학습이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필수 교육활동은 아니다”라면서도 “취소하면 취소한다고, 그대로 진행하면 또 진행한다고 민원이 들어와 학교 내에서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전북의 한 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현장체험학습 변경 안내문. 독자 제공


일선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기피하는 건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 우려 때문이다. 지난 2월 춘천지법은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차에 치여 숨지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 20년 차 초등교사는 “주말에 현장학습 장소에 사전답사를 다녀오거나 현장학습 중 분실된 물품을 사비로 챙기는 동료도 있다”며 “수당을 얹어주진 못할망정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묻는데 어떤 교사가 현장학습을 가고 싶어 하겠냐”고 되물었다.

이런 현장 우려를 반영해 개정된 학교안전법이 6월 21일부터 시행되나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개정법에 새로 들어간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는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구체적 기준 없이 모호해서다. 최선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원 단체와 교육부 등이 협의체를 꾸려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는 교사에 대한 소송을 기관이 대리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준을 구체화해도 문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이 이미 배포 중인 ‘현장체험학습 운영 안내’ 매뉴얼의 안전 체크리스트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개 숙소·교통안전·식사·화재예방·위생 등 점검 항목이 수십 개나 되고, 100개 이상인 곳도 있기 때문이다. 최용하 교육부 교육안전정책과장은 “현장체험이나 실험, 실습, 체육활동 등 학교 활동에 대한 기준을 일일이 구체화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지난 2월 새로 만든 교육부 ‘학교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준수한 교원에 대해선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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