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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도자" 추모객 한목소리
추기경단 "26일 오전 10시 장례식"
성 베드로 대성당, 조문 준비 분주
사고 대비 의료진 대기... 보안 강화
한 수녀가 22일 바티칸 광장을 구분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 설치된 펜스 앞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을 바라보며 서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늘 더 낮은 곳으로 임하고자 했던 교황은 저에게 자비를 상징합니다."


"부조리에 목소리 냈던 위대한 지도자를,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의 곁'으로 떠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바티칸
은 교황의 생전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이야기한 교황의 삶과 메시지가 바티칸을 꽉 채운 것이다.

23일 교황이 일반인 조문객과 만나는 성 베드로 대성당도 재정비가 한창이었다. 교황의 장례식은 26일 오전 10시로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 해외 방문으로 이탈리아를 방문,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은 큰 의미"... 바티칸 '구름 인파'



이날 오전 7시, 0.44㎢ 면적의 도시국가 바티칸 입구 앞엔 수백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입장을 1시간가량 남긴 시각이었지만 전날 선종한 교황을 추모하려는 이들이 서둘러 바티칸을 찾았다. 줄은 매분 매초 무섭게 불어났다. 바티칸 입장이 전면 통제됐던 전날 밤과 이날 새벽에도 추모 인파는 좀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추모객의 실신 등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바티칸 주변에는 간이 의료시설, 앰뷸런스 및 구급대가 배치됐다. 바티칸 주변 보안도 한층 강화됐다. 바티칸 주변엔 전 세계 취재진이 모였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다음 날인 22일 바티칸 입구 앞에 개장 시각 전부터 인파가 몰려 있다. 로마=신은별 특파원


교황의 죽음은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폐렴 치료를 받을 당시 '위중하다'는 발표가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티칸에 모인 이들은 아직 교황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흰 백합을 들고 바티칸을 찾은 마테오(34)는 "교황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과 부활절(20일)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고 회상하며
"돌이켜 생각하니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어 마지막 숨을 끌어다 쓴 것 같다"
고 말했다. 이탈리아 여행객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프랑스인 마히 모레는
"바티칸에서 그를 추모할 수 있게 돼 다행"
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가 교황을 "위대하다"고 말했다. 로마 유학 중이라는 미국인 일리나(20)는 "교황은 누군가의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했고, 악한 이들을 바로잡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교회 내 부조리를 앞장서 개혁하고자 했다"며
"목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할 곳에서 목소리를 냈던 지도자를 잃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고통"
이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 에밀리(20)도
"정치적, 사회적으로 역행하고 있는 지금이기에 더 절실하게 필요했던 이가 교황"
이라고 말했다.

22일 바티칸으로 입장하기 위한 대기 줄에서 만난 필리핀계 캐나다인 카밀루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에게 '자비의 상징'이었다"고 말했다. 로마=신은별 특파원


로마 시민들은 교황을 더 가깝게 느끼는 듯했다. 약 0.44㎢ 면적의 도시국가 바티칸은 로마로 둘러싸여 있다. 21일 자정을 넘겨 딸 샬롯(14)과 함께 바티칸을 찾은 마르코(42)는 "부활절(이달 20일) 전후 연휴를 맞아 다른 도시를 여행하던 중 교황 선종 소식을 접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놓고 바티칸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에 대한 존경을 담아 아들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지었다"
고도 덧붙였다. 교황의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왔다는 귀도(33)는 "그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기를 희망했으나 슬프게도 그러지 못했다"며 "곧 있을 장례식에 다시 와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심스럽게 차기 교황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이도 있었다. 에밀리는
"다음 교황은 어루만져야 할 이를 어루만지고 바꿔야 할 것을 바꿨던 교황의 뜻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분이어야 한다"
고 말했다. 필리핀계 캐나다인 카밀루스는 교황이 자신에게 '자비의 상징'이었다면서 "이러한 지도자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국인 아르헨티나에서 바티칸을 찾은 귀도(맨 왼쪽)와 그의 가족들은 22일 새벽 입장이 차단된 바티칸 앞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장례식에 꼭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신은별 특파원


장례식 26일 거행... 23일부터 일반 조문



추기경단은 22일 오전 회의를 통해 장례식 일정을 26일 오전 10시로 확정했다.
장례식은 생전 교황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교황이 생전 거주했던 바티칸 내 숙소 산타 마르타에 안치된 교황은 23일 오전 산타 마르타 광장 등을 행렬한 뒤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동, 이곳에서 일반 조문객을 맞는다. 교황청은 나무로 만든 관에 안치된 교황의 모습을 22일 오전 공개했다.

교황이 자리할 대성당 내 공간은 22일 오전 이미 일반인들의 접근이 차단된 채 청소 등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관계자는
"교황은 조문객과 같은 눈높이에 자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높은 제단이 아니라 조문객이 딛고 있는 바닥에 교황의 시신이 놓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조문객도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부터 일반 조문객을 맞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내 공간에 22일 빨간 펜스가 둘러져 있다. 교회 관계자는 교황이 "높은 제단 위가 아닌 바닥에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티칸=신은별 특파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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