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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가 임명한 성직자부 장관
윤 탄핵심판 땐 헌재에 “지체 말라”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의 면면이 눈길을 끈다. 그는 교황 선출 투표권은 물론, 교황으로 뽑힐 수 있는 피선거권도 지닌 인물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체되자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편지에 늘 쓰는 말 “교회 위해 죽을 준비 돼 있다”

추기경 서품은 2022년 5월이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 품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다. 김수환(1922∼2009), 정진석(1931∼2021), 염수정(82)에 이어 한국천주교 역사상 네번째 추기경이다. 앞선 3명과 달리 서울대교구장이 아니라 대전교구장 출신이란 점도 이채롭다.

2022년 8월27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각모를 씌워주고 있다. 바티칸/EPA 연합뉴스

1951년 충남 논산 태생인 그는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대전 대흥동 본당 수석 보좌신부,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 등을 거쳐 2003년 주교로 서품됐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었다. 그는 추기경 서임식 뒤 기자들에게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서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 교황님께 편지 쓸 때 내가 첫머리에 항상 쓰는 표현”이라며 “죽을 각오로 추기경직에 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도 특별한 교분을 보여줬다. 당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게 됐는데, 유 추기경이 교황에게 이 행사 참석을 요청하며 보낸 서한을 계기로 방한이 성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둔 2014년 대전교구장이던 유흥식 주교가 교황과 주고받은 편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흥식 추기경이 대전교구장이던 2014년 충남 당진시 솔뫼성지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인연 덕분인지 2021년 대주교 승품과 동시에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성직자부는 전세계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 사제 양상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중요 행정기구 가운데 하나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직책은 그에게 교황 가까이에서 활동하며 교계에 얼굴을 알리고 폭넓은 인맥을 쌓을 기회를 줬다. 능숙한 이탈리아어 실력도 바티칸에서 입지를 굳히는 발판이 됐다.

남북협력·외국인노동자 문제에도 목소리

유 추기경은 교회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 현실에 눈을 돌렸다. 주교 시절 그가 내건 사목 표어가 요한복음 8장12절에 나오는 “나는 세상의 빛이다”였다.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여성과 북한을 포함한 저개발국 지원 사목에도 열중했다.

2020년엔 세계 교구 중 처음으로 저개발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 남북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2005~2012년 네차례 방북해 식량 지원 등 남북협력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는 국내 어느 천주교 지도자보다 또렷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달 영상으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지연에 우려를 나타내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며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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