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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진영 밖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보수 논객인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 규정하고 경제·에너지 등 분야에서 우클릭 정책들을 다수 내놓은 데 이어 인적인 접촉면도 오른쪽으로 크게 넓히는 모양새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합리적 보수 진영 인사들과 사석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이 후보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조 대표와 정 전 주필은 보수 성향 일간지 출신이지만 최근 유튜브 채널 등에서 12·3 비상 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찬탄(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주필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영을 넘어 소통하고, 함께 나라를 걱정하자는 의미의 자리였다”며 “이 후보가 줄곧 좌익 진영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소위 ‘꼴통 보수’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현안 토론보다는 개인적 경험을 가볍게 나눈 상견례 성격의 자리였다는 게 복수의 참석자 전언이다. 이 대표가 조 대표를 만난 건 처음이지만, 정 전 주필과는 지난달 13일 채널A 유튜브를 통해 대담을 한 적이 있다. 이 후보는 ‘가슴 속 화를 어떻게 다스리나, 화가 컨트롤(조절)이 되는가’는 라는 정 전 주필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 때 검찰 기소를 세 번이나 당했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1~2년 새 화를 많이 극복했다”며 “하도 시달리다 보니 이제 으레 그런가보다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닌, 강이나 바다 같은 자연물로 (고난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달 13일 채널A 유튜브 방송인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대담했다. 정 전 주필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의 홍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검사들의 장난이라고 본다"고 발언했다. 유튜브 캡처
이 후보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보수 논객들에게 “인사를 폭넓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겠냐”는 질문도 했다. ‘탕평’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의 파면과 별개로 차기 정부에서는 합리적 보수 진영의 인물들까지 국정에 폭넓게 화합해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특정 인재 풀을 거론하는 대화는 아니었다고 한다.

‘안보 우파’의 대명사격인 조 대표는 이날 이 후보에게 이승만 정부 시절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미와, 평소 지론인 ‘상무(尙武)정신’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경제 우파’ 스피커인 정 전 주필은 “이 후보가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경제 현안 관련 질문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문화·콘텐츠 등 연성 주제로 화제를 돌리며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펑펑 울었다. K-컬처, K-드라마의 힘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조갑제 대표는 지난달 27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이게 누구를 봐주기 위한 무리한 판결이다 하는 확신은 서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보수 진영의 '한덕수 대망론'에 대해 "이재명 후보와의 1대1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조갑제TV 유튜브 캡처
보수 진영을 향한 이 후보의 전략적 행보는 올 초부터 예견됐다.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이 지금은 범죄 집단으로 전락했다”며 “오른쪽 다 비어 있는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의 몫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게 시작이었다. 이후 상속세 완화 등 보수 의제를 정책 공약으로 검토했다. 이 후보가 같은 달 18일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새날’에 나와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을 땐 당내 논란이 적잖았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보수 진영 인사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가 보수층 자체를 흔들지는 못해도 중도층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NBS(4개 여론조사 업체 공동 전국지표조사)가 매주 진행하는 후보자 호감도 조사에서 2월 중순~3월 중순 비호감도가 기존 60%에서 50%까지 떨어졌는데, 정책과 행보를 우클릭한 효과를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후보의 이같은 확장 전략이 계속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영토는 크게 쪼그라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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