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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끄고 하겠습니다. 말실수하다가 또 트집 잡힐까 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외에 마이크 등 확성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의식한 것이었지만, 발언에 신중을 기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이보다 약 1시간 앞선 오전 9시에는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발표문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간담회에선 주로 서유석 금투협회장과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장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고, 간담회 종료 직후엔 약 5분간 3개의 질문만 받고 현장을 떠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행사장 마이크를 끈 채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후보는 지난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로 말보다 글로 정책 공약이나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공개 일정 직전 페이스북에 정제된 언어로 관련 분야의 공약을 공개하는 식이다. 22일에도 재판 때문에 공개 일정은 없었지만, 기후환경·의료 정책 공약을 1100~1300자 분량의 글로 공개했다. 권역별 순회 경선 일정에 맞춰 내놓고 있는 지역 맞춤형 공약의 경우 이 후보가 직접 발표하지 않고 캠프 윤호중 선거대책위원장이나 강훈식 총괄본부장에게 맡겼다. 공개 일정도 민주당 출입기자단에 풀(Pool·소수의 취재진만 대표로 취재하는 방식)을 요청하는 등 기자들과의 문답을 줄여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출마 선언 후 언론과의 접촉면을 꾸준히 넓히고 있는 민주당 김경수·김동연 후보와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보면 이 후보가 말을 많이 해서 득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경선은 물론이고 본선 때도 ‘노출 최소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는 3년 전 대선을 앞두고 잇단 구설에 시달리면서 그에 대한 해명에 공력을 소비하곤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개발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에 손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7월 5일 2차 민주당 경선 후보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 의혹에 관해 언급하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그럼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가 과거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아주대병원에서 신체 검증을 받은 걸 상기시킨 말이었다.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충분히 알 만한 분이 그러다 보니 잠깐 짜증이 났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인 2021년 11월 3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웹툰 제작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시실 내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며 “오피스 누나?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웹툰 제작사 관계자가 “성인물은 아니다”라고 웃으며 일단락됐으나, 이후 당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제목이 화끈한데’로 잘못 기재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여성을 성적(性的)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2021년 11월 3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부천시 부천테크노밸리 U1센터에서 진행된 ‘K-웹툰의 역사를 다시 쓰는 웹툰작가들과 만나다’ 간담회에 참석해 웹툰 작업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2월 3일에는 이 후보가 전북 전주에서 열린 청년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는 도중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 하다 힘드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가, 나흘 뒤 서울대 강연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해 반대 진영의 공세에 시달렸다. 당시 당 선대위는 “단순한 수사(修辭)”라고 해명했지만, 이 후보에게 ‘말을 쉽게 바꾼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 사건으로 남았다.

지난 대선 땐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 입장료 관련 불교 사찰에 대한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 반발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 때문에 캠프를 비롯한 당내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 주장이나 막말·차별 발언 등 강경파의 돌발 변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경선에서야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각 진영이 결집하기 시작하면 본선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없다”며 “대선 기간 당의 모두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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