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에 건설된 4.7㎿(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타워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야산에 설치된 대형 풍력발전기 타워(지지대)가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2일 화순군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 50분쯤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능선에 세워진 높이 127m짜리 4.7㎿ 발전기 1대가 구부러졌다.
발전기는 민간인 출입 불가 지역인 개인 사업체 내부에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발전기는 해당 발전소 총 11대의 발전기 가운데 11번째 발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발전기는 지난 2023년 6월 30일에 설치됐다. 민간 사업자인 A사는 당시 발전 용량 4.7㎿짜리 풍력발전기 11기에 대한 설치 공사를 마치고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A사는 정부로부터 최초 발전사업 허가는 2014년 받았지만 환경영향평가나 개발행위 허가 등 후속 절차와 주민 반대 민원을 해결하는 데 5년 넘게 걸려 2020년 3월에서야 기초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사를 시작한 A사는 풍력발전기 구성품 일체를 독일 제작사(지멘스가메사)에서 모두 수입했다. 구성품을 현장에서 조립 및 설치하는 작업도 제작사에서 파견한 기술자가 감독했다.
21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에 건설된 4.7㎿(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타워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화순군 등은 사고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과 가장 가까운 기상 관측 지점인 화순군 이양면의 21일 오전 2시 날씨는 기온 14.8도, 10분 평균 바람 1.7㎧, 순간풍속 2㎧며 발효된 기상특보 사항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사고 당시 해당 지역은 바람 없는 잔잔한 날씨였다”고 설명했다.
강한 태풍 등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풍력발전기의 타워부분이 잔잔한 날씨 속에 부러졌다는 건 제작단계나 시공단계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결함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아울러 특정 블레이드(날개)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균형이 흔들렸고 이 충격이 타워에 가해지면서 전도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A사는 이번 사고 원인도 제작사가 직접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기술자 파견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제품을 만든 제작사가 봐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저희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작사 측이 이번 사고 원인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품 결함 등 자사에 불이익이 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낮은 탓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날개가 떨어지는 등 전국에서 풍력발전 사고는 종종 발생했지만, 타워가 쓰러진 것은 태백 이후 2번째로 알고 있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나 주민 재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리 아프지 누워서 자거라’. 21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에 건설된 4.7㎿(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타워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