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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왕부터 교도소 수감자까지…퇴원 후 2주간 모든 계층 사람 만나
마지막 날까지 밴스 접견·미사·군중 인사…'빼곡' 스케줄 소화
육성 남긴 마지막 대중 메시지는 "행복한 부활절 기원"


부활절 강복 전한 뒤 광장에서 신도들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미사를 마친 뒤 군중 속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5.04.22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회복을 위해 요양하라는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숨을 거두기 전날까지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 곁을 지켰다.

특히 대중이 살아있는 교황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된 이번 부활절에 교황은 유독 직접 군중 앞에 설 것을 고집했는데, 지켜본 이들은 그가 마치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을 직감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치료를 받고 지난 달 23일 퇴원한 교황은 최소 2개월은 요양하며 휴식하라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했다.

종려주일 미사에 깜짝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종려주일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2025.04.22


교황은 퇴원한 지 꼭 2주 만인 지난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예고 없이 등장해 첫 공식 석상에 섰으며, 이후 로마를 찾은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를 비공개로 만나고 성 베드로 대성전을 깜짝 방문하는 등 외부 일정들을 이어갔다.

부활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교황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13일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맞아 교황은 다시 의사의 조언을 무시한 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명의 군중 앞에 깜짝 등장했다.

이후 목요일인 지난 17일에는 매년 해왔던 것처럼 로마의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평소 교황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던 것처럼 직접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 했다.

그러면서 발을 씻어주지는 못하지만 "여러분 곁에 여전히 있는 것은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로마 교도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 EPA=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로마의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모습. 2025.04.22.


부활절 당일 오전 교황은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 처소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는 교황의 생전 마지막 외교적 만남이 됐다.

JD밴스 미국 부통령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UPI=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산타 마르타 거처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2025.04.22.


이후 교황은 곧바로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반 신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은 마지막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전했으며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전체 연설문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 등 전 세계의 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육성으로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여,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고 말했는데 이 짧은 메시지는 그가 대중 앞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부활절 미사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성베드로 광장 앞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2025.04.22.


미사 이후 교황 의전차량(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군중들에 인사까지 하는 교황의 모습에 그의 건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는 정작 이번이 교황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바티칸에 모였던 이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사 후 의전차량을 타고 꼭 직접 군중에게 인사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가 이번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교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도와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교황이 말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종종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는 등 그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물 마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강복 연설이 대독되는 동안 물을 마시고 있다. 2025.04.22.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는 라벨리 대주교가 교황의 연설문을 대독하면서 틈틈이 옆에 말없이 앉아 있는 교황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교황이 의전차량에 타기 직전 보좌관이 그의 목뒤를 마사지해주는 모습도 잡혔는데, 이는 그가 당시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광장에 있었다는 로마 시민 마우로는 BBC에 운집한 사람들도 약해진 교황의 모습에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모두가 '교황 만세'를 외치는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면서 "그가 겪는 고통에 대한 존경심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로마 시민 알베르토는 "그는 우리를 축복해줬지만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면서 그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우리에게 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도들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부활절 미사 이후 성베드로 광장의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04.22.


이날 교황은 의전차량을 타고 광장을 돌면서 인사를 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채 손을 위로 거의 들어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군중 속에서 들어 올려진 아기들의 손을 잡고 이마를 만지는 등 축복을 전했다.

이날 그가 퇴장하며 손을 흔들어 전한 작별 인사는 그의 영원한 작별 인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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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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