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하버드대학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간섭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버드대가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3조 원대 연방 보조금 지급 동결과 지원금 중단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주 연방정부는 하버드대가 불법적인 요구 수용을 거절한 이후 여러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정부 권한을 넘어서 위법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밝혔다.
피고소인에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장관, 린다 맥마흔 교육부장관, 스티븐 에히키언 연방조달청(GSA) 청장 대행, 파멜라 본디 법무장관 등 연방 정부 부처장들이 대거 포함됐다.
가버 총장은 이날 “정부가 전례 없는, 부당한 통제를 시도한다”며 “심각하고 장기적인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공개한 소장에서 연방정부가 학술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통제에 굴복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압박 수단의 일환으로 지원금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나 컬럼비아대에서 교수진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지원 중단과 관련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대학 측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 AF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이유로 교내 정책 변경을 하버드대에 요구했다. 하지만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 침해 이유를 들어 수용을 거부했다.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통한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는 반이스라엘 성향 학생의 입학금지 등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를 비롯해 입학 정책, 교수진 채용 등과 관련한 상세한 사항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담은 공문이 실수로 잘못 발송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버드 측은 이어진 정부 인사의 발언과 보복 조치에 비춰볼 때 해명에 신뢰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미 대학 중 처음으로 ‘반(反) 트럼프’ 깃발을 든 하버드대에 지급되는 270만 달러(약 38억 원) 규모의 국토안보부 보조금을 취소했다.
이와는 별개로 하버드대에 대해 수년 간 22억 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6000만 달러(약 854억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20일에는 10억 달러(약 1조4180억 원)를 추가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도 나왔다.
또한 하버드대를 대상으로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박탈 문제까지 거론하는 등의 보복도 실행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