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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는 8살 이하 자녀를 둔 '육아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행 한 달이 지났는데요, 실제 제도를 사용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전북도청

■ 주 4일 출근? 이게 진짜 될까?

지난 2월, 전북도는 소속 직원 가운데 어린 자녀가 있는 '육아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당시 반응은 '물음표' 그 자체였지만, 곧바로 신청을 받아 3월 10일부터 빠르게 시행했습니다.

KBS가 만난 전북도청 소속 '육아기 공무원' 김진주, 박홍모 주무관의 기억은 이렇습니다.

김 : 솔직히 이게 될까?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요. 원래 지각 근무는 가능했지만 누구도 쓰지 않는 상황이어서 이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진짜 되더라고요.

박 : 처음에 듣기만 했을 때 기분은 좋았죠. 하루 쉬어가면 번아웃 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했죠.

전북도의 주 4일제는 '재택형'과 '휴무형'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평일 중 하루를 재택근무로 하거나 휴무를 쓸 수 있는 대신 나머지 4일에 근로 시간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하루 2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한 '육아시간 제도'와도 중복이 가능한데 이렇게 되면 4일은 8시간을 일하고 하루는 휴무를 쓸 수 있습니다.

■ 평일에도 '갓 지은 밥' 먹여줄 수 있는 부모

시행 한 달여.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엄마, 아빠 직원들의 삶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박홍모 주무관(육아기 공무원)

박 :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땐 제가 출근하면 애가 깨고 퇴근하면 잠들어 있고…. 깨어 있을 때 보지를 못했어요. 좀 컸을 때 저한테 엄마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요새 하루는 온종일 놀아주고 하니까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웃음)

김 : 저는 같이 밥을 먹는 게 '식구'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한테 갓 지은 따뜻한 밥을 평일에 먹일 수 있는 게 제일 좋았어요. 그전에는 정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저녁에 잠깐 가서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재우고 다시 사무실 나와서 밤 11시 넘어서까지 남은 업무 하고…. 아이들하고 소통은커녕 여유 없이 보냈는데 하루라도 여유 있게 밥도 해먹이고 하니까 숨통도 트이고 뭔가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루의 여유는 엄마, 아빠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했습니다.

김 : 제가 여유가 생기니까 아이들한테 좀 따뜻한 말도 한마디씩 더 해주고 책도 읽어주게 되는 그런 변화가 있었어요.

박 : 저는 제가 주 4일제를 쓰니까 아내가 되게 좋아해요. 보통은 아내가 둘째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근데 우리 집은 제가 육아할 여유가 생기니 아내가 먼저 둘째 언제 가지냐고 물어보고 그러거든요.

전북도청

■ 동료와의 '형평성' 부담…직원이 풀게 해선 안 돼

전북에서는 전북도를 비롯해 전주시와 익산시 등에서 육아기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일 출근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 초반이라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는 아직 전무하지만, 이용하는 직원들의 후기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 이용자는 물론 같은 부서 동료, 간부 공무원들 모두 크고 작은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김 주무관은 소수 직렬로 부서 구성원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육아기에 해당합니다. 업무 누수를 막기 위해 서로 휴무일을 조정하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김 : 저희 과는 대상자 모두가 참여하고 있어서 서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돕고 있어요. 또 나중에 제 자녀들이 다 자라서 육아기가 끝나면 다른 육아기 직원들을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고요.

혹시 모를 빈자리를 대행해야 하는 동료 직원을 위해 보상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 : 부서마다 업무 특성상 담당자가 처리해야 하는 고유 업무가 많은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요. 내 빈자리를 급하게 채워주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 어떤 인센티브 같은 게 생기면 이 제도가 좀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주 4일제, '민간으로 확대' 꿈꾸는 전북도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육아기 공무원의 주 4일 출근제도와 관련해 공공 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 민간으로까지 제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북도청에만 국한되는 제도가 아니라 도내 공공 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까지 육아기 직원에 대한 배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전북도는 이를 위해 주요 기관과 기업, 사업체와의 간담회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자녀가 8살 될 때까지 주당 근무 시간을 최대 75% 줄일 수 있는 스웨덴의 단축 근무제.

자녀 양육을 위해 법적으로 주 4일 파트 타임 근무가 보장된 네덜란드와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부모에 대해 근무 시간 단축을 보장해 주는 독일의 부모 시간제.

보장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회와 직장에서 육아 시간을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북도에서 시작한 육아기 주 4일 출근제. 다른 기관과 민간으로 확대하기 위해 직장 내 육아 배려 문화를 정착하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쌓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촬영기자 한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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