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굿즈 시작… 중고 역직구 증가
패션·명품 등으로 거래 품목 확대
번개장터, 해외 판매액 1105% ↑
사기피해·이중과세 문제도 부상
패션·명품 등으로 거래 품목 확대
번개장터, 해외 판매액 1105% ↑
사기피해·이중과세 문제도 부상
게티이미지뱅크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포토카드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지난해 하반기 300만원에 거래된 일이 있었다. 포토카드 한 장을 300만원에 산 사람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BTS 해외 팬이었다. 중고 상품인 지민의 포토카드가 높은 몸값을 받으며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K팝과 K콘텐츠의 글로벌 활약이 중고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K중고’가 뜨고 있다. 인기스타의 포토카드와 응원봉 등 K팝 굿즈에서 싹튼 K중고 인기는 패션, 명품, 전자기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트렌디한 한국 소비자의 감각을 선호하는 외국인들이 패션, 명품으로 K중고 거래를 넓혀가는 추세다.
K중고는 주로 한국의 온라인쇼핑몰이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다. BTS 팬이 번개장터에서 포토카드를 구매한 것처럼 해외 ‘역직구’ 소비자를 위한 채널이 만들어지면서다. 역직구 채널이 만들어진 데는 해외에서 한국 상품과 K중고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역직구 수출액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29억400만달러(약 4조2500억원)에 이르렀다.
역직구 시장에서 중고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점 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전체 역직구 매출 가운데 중고·리퍼비시(반품제품)의 비중은 40%에 달했다. 이베이가 해외 소비자 25~34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중고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베이는 ‘중고거래’를 올해 ‘역직구 4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딜리버드코리아의 거래 규모 30%는 중고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K중고 수요가 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도 역직구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번개장터는 일본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와 제휴한 뒤 8개월 만에 거래액이 35배 늘었다. 이베이와 연동 후에는 해외 판매액이 1105%, 거래 건수는 1553% 급증했다. K중고의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번개장터의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 번장’은 2023년 7월 론칭하고 1년 만에 해외 사용자 수가 131% 증가했다. 지난해 딜리버드코리아가 발표한 역직구 인기 쇼핑몰 순위에서도 K팝 플랫폼 위버스가 1위, 글로벌번장이 2위를 차지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미국, 일본, 호주뿐 아니라 라트비아, 불가리아 등 비주요 국가에서도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K중고 상품은 어떤 게 있을까. K팝 굿즈가 K중고 거래의 엔트리 아이템이라면 확장성을 가진 상품군은 K패션이다. 이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셀러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카테고리는 ‘여성 패션잡화’로,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 신발, 선글라스, 명품 가방, 액세서리 등의 거래가 활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상품군이 있다는 것도 해외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나날이 확장하는 추세다. 미국 기반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오퍼업의 ‘리커머스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70억달러(추정치)에 이르렀다. 2019년 1300억달러 규모에서 5년 만에 1.6배가량 성장했다. 2029년엔 292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K중고의 인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장 이면에는 제도적 허점과 부작용도 존재한다. 윤모(25)씨는 최근 해외 K팝 팬과 중고거래 과정에서 금융사기 연루 계좌로 분류돼 계좌가 정지되는 피해를 입었다. 윤씨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사기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으니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중과세’다. 신제품일 때 이미 부가가치세가 부과됐음에도 중고로 재판매할 때도 다시 세금이 붙는다. 수출 시 부가세 환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번개장터, 딜리버드코리아 등 9개 플랫폼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중고수출협회는 “중고품 수출도 국가 수출의 한 축”이라며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현실적 제도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