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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메시·부폰 등 세계적 선수들 초청
축구 선수들에게 젊은 세대의 '본보기' 사명감 강조
IOC 위원장, FIFA 회장, 부폰 등 스포츠계 애도


생전 손가락으로 축구공을 돌리던 프란치스코 교황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구 명가 아르헨티나 출신답게 축구를 열렬히 사랑하는 성직자였다.

AFP, AP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구는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자 교육과 평화를 전파하는 수단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리오넬 메시,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잔루이지 부폰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바티칸에 초청해 수십 개의 축구공과 유니폼에 사인해주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서 어린 시절 낡은 천으로 만든 공으로 축구했던 이야기를 자주 회상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최고 선수는 아니었다. 두 발이 모두 왼발이었다"고 인정하며 주로 골키퍼를 맡았다고 이야기했다. 골키퍼는 "어디에서든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길이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구 사랑은 그가 열렬히 지지한 아르헨티나 '산로렌소' 축구 클럽을 떼 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아버지, 형제들과 함께 산로렌소 경기를 관람하곤 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클럽의 정식 회원이기도 하다. 회원 번호는 '88235'다.

교황이 된 후에도 그는 산로렌소 클럽의 회원 자격을 유지했다. 그가 바티칸의 교육 협력 일환으로 산로렌소의 경쟁팀이었던 '보카 주니어스'로부터 회원증을 선물 받았을 땐 작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순방 때 종종 축구 경기장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2014년 9월 바티칸에서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마라도나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구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는 축구를 평화와 교육의 수단으로 보았다.

교황 선출 직후인 2013년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팀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그는 운동선수들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좋든 나쁘든" 그들은 본보기임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당시 교황은 "여러분은 매우 인기가 있다. 사람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여러분을 따라간다"며 "그것은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에는 교황의 주도로 로마 올림픽 경기장에서 종교 간 평화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2016년 신앙과 스포츠에 관한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지도자들이 경기장에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스포츠가 조작과 상업적 남용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열성 팬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자서전에서 마라도나에 관한 장을 따로 할애해 그가 1986년 월드컵 8강전에서 "신의 손" 골로 잉글랜드를 꺾은 이야기 등을 서술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재직 중 마라도나를 접견했을 때 농담으로 "그래서, 도대체 어느 손이 문제였느냐"고 물었다고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중 누가 가장 위대한 선수인지 묻는 말에는 신중히 대답했다.

그는 "마라도나는 선수로서 위대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는 실패했다"며 마라도나가 수십년간 코카인, 알코올 중독과 싸운 점을 언급했다.

2022년 청소년 교육 단체 출범식에서 축구공 묘기를 바라보는 교황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은 메시에 대해선 "신사"라고 칭찬했지만, 궁극적으로 펠레를 선택하겠다며 "그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축구를 사랑한 교황의 선종에 축구계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분은 항상 축구에 대한 열정을 나누셨고, 우리 스포츠가 사회에서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셨다"며 "전 세계 축구계의 모든 기도가 그분과 함께한다"고 적었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 축구 협회장도 APTN에 "그분은 고통 앞에서도 기독교적 사랑과 품위를 보여준 위대한 본보기였으며, 항상 스포츠 세계, 특히 축구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신 분이었다"며 "교황님은 신자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루이지 부폰 전 이탈리아 축구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프란치스코는 특별한 교황이었다. 그는 큰 용기로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셨고, 우리의 영혼을 움직이셨다"며 "그의 모범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는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 정신을 상징했다"며 "가톨릭 공동체 전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이탈리아 전 축구 대표 잔루이지 부폰과 프란치스코 교황
[잔루이지 부폰 전 이탈리아 축구 대표 선수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포츠를 통한 연대는 비단 축구계에만 국한한 건 아니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IOC는 위대한 친구이자 지지자를 잃었다"고 애도하며 "그분의 난민을 향한 힘 있는 지지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최초의 난민팀을 창설하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분은 세 차례의 올림픽 대회 동안 이 이니셔티브를 너그럽게 지켜봐 주셨고, 그 성장과 영향력을 꾸준히 격려해 주셨다"며 "덕분에 2017년 올림픽 난민 재단 창설로 이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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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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