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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국힘 ‘당원 명부’ 추려 명태균 쪽 유출…법 위반
검찰, 파일 제출받고도 되돌려줘 부실수사 의혹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쪽이 2022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국민의힘 당원명부를 입수한 뒤 미래한국연구소(명태균씨가 실질 운영한 여론조사 업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민의힘 당원 가운데 홍 전 시장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추려내 선거에 활용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2025년 4월21일 한겨레21이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카카오톡 대화와 녹음 파일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홍 후보의 최측근인 최아무개씨는 2022년 3월 중순 미래한국연구소 회계책임자인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에게 전화해 “대구당원 명부 보냈다”며 홍 전 시장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권영진 전 대구시장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의뢰했다. 최씨가 강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건넨 파일을 보면,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2만9천여 명의 실제 전화번호와 주소, 연령, 당원 가입 시기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지지 당원들 가려내 여론조사 7번

당원 명부를 외부에 유출하는 일은 정당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정당법 제24조는 법원이 재판상 요구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열람을 강요할 수 없고, 범죄 수사를 위한 조사에서도 법원 발부 영장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공당의 당원 명부를 여론조사에 활용하려면 ‘안심번호’ 형태로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게 처리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씨가 제공한 파일에는 이런 절차 없이 국민의힘 당원들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다.

20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1차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 B조 홍준표 후보가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강씨가 한겨레21에 한 증언과 미래한국연구소의 자료를 종합하면, 홍 전 시장 쪽을 통해 미래한국연구소에 불법 유출된 국민의힘 당원명부는 불법적인 여론조사와 유권자 성향분석에 쓰였다. 강씨는 이 행위가 모두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인 명태균씨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22년 3~4월 홍 전 시장 캠프로부터 넘겨받은 당원명부를 활용해 3회, 별도 조사 4회 등을 포함해 모두 7차례의 여론조사를 했고, 8천~1만 명가량의 당원에 대해 지지 성향 분석을 했다. 일반 여론조사 대상에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넣는 ‘번호섞기’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이 가운데 홍 전 시장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추려낸 것이다. 이 여론조사 비용은 여러 명의 이름으로 나눠서 미래한국연구소 쪽에 입금됐는데, 가장 많이 입금한 박아무개씨는 최근까지 대구시청 서울사무소 협력관으로 일했다.

비용 최다 입금자, 대구시청 협력관으로 근무

한겨레21이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2022년 3월21일 최씨는 강씨에 전화를 걸어 “제가 카톡으로 좀 오래된 거긴 한데 대구 당원명부 보내드렸거든요. 그걸로 여론조사 가능하죠?”라고 물었고, 강씨는 “예, 섞어서요.”(국민의힘 당원명부를 일반 여론조사 대상에 섞어서 조사한다는 뜻)라고 답한다. 최씨는 이에 “그걸로 대구시장 것 세 명만 넣어서 저번처럼 돌려주시겠어요? 대구시장 김재원, 권영진, 홍준표 들어가 있는 거, 그거”라고 말한다.

강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이 대화를 두고 “(여론조사에서) 무작위 전화걸기(RDD)할 때 불법 유출된 당원명부의 전화번호를 섞어서 조사한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홍 전 시장을 지지하는 성향이 파악된 국민의힘 당원 리스트를 유에스비(USB)에 담아 다시 (홍 전 시장 측근인) 박씨에게 줬다. 이 리스트는 선거운동에 활용했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 역시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와 강씨가 나눈 전화통화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 국민의힘 당원 명부 파일 등이 담긴 미래한국연구소의 피시(PC) 하드 디스크는 애초 암호가 걸려 있어 확인이 어려웠으나, 강씨 쪽이 최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하드 디스크를 뒤늦게 열게 되면서 관련 파일 확인이 가능해졌다. 애초 이 하드 디스크는 강씨가 검찰에 임의 제출했던 자료에 포함됐었는데, 검찰은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되돌려줬다. 이 때문에 검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전 시장 쪽이 이렇게 홍 전 시장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을 추려낸 것에는 홍 전 시장을 향한 당원들의 지지세가 일반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데 원인이 있다. 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은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합산해 산출했다. 홍 전 시장은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후보에 앞선다고 판단했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약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홍 전 시장은 2022년 4월 당시 ‘홍카콜라’ 유튜브에서도 “지난 대선 경선 때도 국민 여론은 10%포인트 이상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당내 당투표에서 져버렸다”며 “이번에는 당원 투표에만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당원 중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을 추려내 선거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유출된 당원명부의 선거 활용 논란을 두고 홍 후보 쪽은 한겨레21의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씨 또한 한겨레21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명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최씨는 홍 전 시장의 측근이 맞다. 최씨가 나한테 ‘당원명부로 여론조사를 좀 돌려달라’고 요청해서, 내가 강씨를 연결해줬다. 그리고 강씨에게 최씨에게 얼마정도 받으면 될까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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