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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법사폰' 분석 등 수상한 자금 흐름 수사
"기도비 명목 인사 청탁 등 정치브로커" 의심
건진법사, 검찰서 "윤 전 대통령과 친분" 주장
국민의힘 의원 최소 5명과 친분 정황 드러나
무속인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가운데)씨가 작년 12월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도마에 올랐던 건진법사 전성배(65)씨가 여권 핵심 인사들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인사 및 공천 청탁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북 영천시장 경선 예비후보 측에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6월 지방선거뿐 아니라 7월 대통령실 행정관 인사 등에도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법사폰'에 등장하는 현직 국회의원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적어도 5명에 달해,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일 한국일보가 전씨의 검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전씨는 2022년 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정치권과 연줄을 맺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은 전씨가 종교인 행세를 하며 '기도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뒤, 정치권 유력 인사들에게 공천과 인사 청탁을 해온 '정치브로커'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검찰은 전씨의 '법사폰'에서 나온 여권 인사들과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전씨가 '무속 비선'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씨가 캠프에서) 전혀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전씨는 검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전씨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와도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가장 마지막 통화는 12·3 불법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이며, 전씨가 먼저 연락해 시작된 통화는 47분간 이어졌다. 전씨는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하던 전시기획업체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은 적이 있다.

열린공감 TV 캡처


2022년 9월 건진법사 전성배씨 법당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 조소진 기자


윤한홍 의원은 대선 전인 2021년 12월 15일 전씨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지라시가 이렇게 도는데 권(성동) 의원과 제가 완전히 빠지는 게 후보에 도움이 될까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전씨는 "(윤석열) 후보는 끝까지 같이하길 원한다. (중략) 조직 명단 붙이고 나면 조용해질 겁니다. 자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윤 의원이 '윤핵관'으로 분류되자, 전씨는 윤 의원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했다. 전씨는 여권 유력 인사에게 수차례 인사 민원을 넣었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2022년 3월 22일 윤 의원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권성동, 윤한홍, 이00 의원 등 나름 인연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 무리하지 않게 인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딱 3명 부탁했고...(중략)... 당선인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스스로 인맥을 동원했다. 지금 1명 들어갔고 2명은 아직도 확정을 못 하고 있다.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네요." 자신이 부탁한 인사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함을 표출한 셈인데, 윤 의원은 이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전성배씨가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 후보의 팔에 손을 올리고 있다. 세계일보 유튜브 캡처


윤 의원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전씨의 공천 요구나 인사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제기하는 여러 의혹과 관련해 대가 등 금전 거래를 했던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전씨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최근 일련의 일로 윤 의원과 틀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입수한 최근 1년간 통화내역을 보면 윤 의원과 전씨는 60회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윤 의원(49회)이 대부분 전씨에게 먼저 연락했고, 지난해 12·3 불법계엄 이후에도 네 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전씨는 윤 의원 외에도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형준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본부장, 오을섭 당시 선대본부 네트워크본부 위원장 등에게도 계속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검찰에서 "윤 의원 말고도 이00 의원, 권성동 의원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인사와 관련해)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고도 진술했다.

전씨는 여권 인사들이 자신에게 청탁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유를 묻는 검찰 질문에 "청탁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추천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청탁하러 온 사람들에게서) 기도비로 돈을 받았을 뿐이지, 잘 안됐을 때는 기도에 쓰인 비용을 제외하고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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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진법사 "대기업 중 나 모르는 사람 없어" 재계 인맥 과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013150001315)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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