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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윤신영(46)씨가 자체 제작한 싱크홀 지도를 엑스(X·옛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지름 최대 20m짜리 싱크홀 발생 이후 서울시가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논란인 가운데, SNS와 온라인에선 시민들이 만든 ‘싱크홀 지도’가 여럿 등장했다. 전국 싱크홀 발생 지역과 지반침하 위험 지역 등 자료를 자체적으로 모아 시각화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과거 싱크홀 발생 장소와 원인 등이 담긴 데이터를 모아 지도를 만들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공유한 윤신영(46)씨도 그중 한 명이다. 과학 전문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윤씨는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지름 최대 6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하자 처음 싱크홀 지도를 만들었다. 시민들의 불안을 달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윤씨는 국토안전관리원과 지하안전정보시스템 등에서 최근 수년간 발생한 싱크홀의 위치와 이유 등의 자료를 내려받아 이를 시각화했다. 약 7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1400여건의 자료가 지도에 반영됐다. 그러다 최근 시민들이 거주지 근처 싱크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웹페이지 맨 위에 땅 꺼짐 사고 검색란을 만들기도 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윤씨는 “집 근처에서도 지하철 공사가 계속돼 출퇴근할 때 불안에 떨었다”며 “어디서 왜 싱크홀이 발생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계기를 말했다.

윤씨의 싱크홀 지도에 접속하면 제일 첫 화면에 보이는 싱크홀 위치 검색란. 사진 홈페이지 캡처

웹페이지 개발자 출신 A씨(34)도 지난 4일부터 싱크홀 발생·위험 지역 좌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입소문을 탄 지도엔 지난주에만 1000여명이 접속했다.

지난 17일 A씨(34)가 만든 싱크홀 지도엔 싱크홀 발생 지역과 위험 지역이 빽빽이 좌표로 표시돼 있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서울시가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접하고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지질, 지하 시설물, 싱크홀 이력 등을 토대로 땅 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눈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포함해 부정적인 파급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마침 휴직 중이었던 A씨는 ‘나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5일부터 주말 내내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최근 10년간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을 뉴스 등에서 검색해 좌표로 찍어 지도를 완성했다. 보도에 ‘인근 지역’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있는 경우 포털사이트 로드뷰로 구체적인 위치를 찾아가면서 작업했다. A씨는 “시민들이 위험지역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 일”이라며 “지금도 매일 시간 날 때마다 싱크홀 사고가 새로 나진 않았는지 검색하며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발자 모두 “싱크홀 지도를 많이 찾아줘 뿌듯하다”면서도 시민들의 자체적인 지도 제작은 결국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심층 자료를 공개하고 문제 해결에 서두를 때”라고 했다. A씨도 “만들고 보니 싱크홀이 빽빽하게 지도에 찍혀 충격을 받았다. 관련 정책 책임자들도 심각성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 공포가 일상화하며 시민들이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지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는 등 열린 행정을 추구해야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명 신한대 에너지공학과 전임교수는 “시민들이 만드는 지도에는 한계가 있다”며 “불신이 이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파악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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