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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우울증' 극복하려 베이비부머센터 노크…모델협회 정회원 우뚝
"93세 모델 델로피체가 롤모델…열정과 도전정신만 있으면 뭐든 가능"


편집자 주
= 20대부터 민주화를 이끌었던 '86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알아요'를 외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따라 추던 엑스(X)세대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습니다. 넘쳐나는 활력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어쩌다 보니 시니어가 된 세대, 연합뉴스는 86세대 중 처음으로 올해 노인연령(65세 이상)에 편입되는 1960년생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1975년생까지를 액티브한 시니어 세대, 즉 '액시세대'로 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액시세대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지 살펴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시세대의 고용, 소비, 여가 등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매주 일요일 소개합니다.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퇴직하고 나니 우울증이 찾아오더군요. 무언가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시니어모델에 도전했는데 이것이 저의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시니어모델로 성공한 홍명성씨
[홍명성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서 38년간 개발·생산업무에 종사하다 2019년 정년퇴직한 홍명성(65)씨.

그는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 및 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50세 이상의 인구'로 정의되는 '액티브 시니어'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여느 베이비부머처럼 그도 '가족을 잘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과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엔지니어의 신념으로 열정적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도 퇴직은 피해 가지 못했다. 직장에 나갈 일이 없어진 그는 아침에 헬스장에서 근육도 만들고,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책도 원 없이 읽어봤다. 그렇게 1년을 보냈지만, 청춘의 열정과 땀을 일에 바친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뭔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다. 남은 인생 내 행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안양시 베이비부머센터가 생각나 퇴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상담이나 받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시청을 찾아갔다. 그때가 2022년 상반기.

센터에서 이틀 동안 진로 설계와 관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강사나 시니어모델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직업진단을 받았다.

시니어 모델이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 산업이 발전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안양시에서 시니어모델을 모집한다고 해서 덜컥 지원서를 냈다. 오디션까지는 2개월 남짓.

모델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던 그는 영상으로 패션쇼를 찾아보며 모델의 워킹, 몸짓, 옷 입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안양천변을 걸으면서 영상으로 익힌 워킹을 따라 했다.

또 안양시의 시니어모델 아카데미에 참여해 3개월 동안 매주 2시간씩 안양롯데백화점 롯데문화원에서 모델교육도 받았다.

드디어 오디션 당일 3 대 1의 경쟁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시니어모델로 선발됐다.

시니어모델이 된 그가 처음으로 선 무대는 2022년 12월 안양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연탄은행 사랑가득 나눔 시니어모델 자선 패션쇼'.

턱시도와 정장을 입고 런웨이에 선 그는 이 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모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한번 두번 패션쇼 무대에 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겼을 뿐 아니라 몸도 모델처럼 변해갔다.

배만 불룩 나온 아저씨에서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의 몸매를 가진 멋쟁이가 됐다.

180㎝의 큰 키에 자신감 있는 표정이 장점인 그는 지금까지 30여차례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점차 시니어모델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24년 2월에는 제5회 한국모델협회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2등을 차지했다.

시니어모델로 성공한 홍명성씨
[홍명성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니어모델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그는 아이돌처럼 전문적인 교육과 돌봄을 받아 최고위 과정까지 마스터했다.

그는 국내 패션쇼뿐 아니라 지난해 강원랜드에서 열린 아시아 24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모델페스티벌에도 초청돼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한국모델협회 정회원이다.

모델에 도전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전문 모델 일을 하면서도 그는 '안양시니어모델 커뮤니티' 고문을 맡아 자신과 비슷한 꿈을 꾸는 안양지역 시니어 모델들을 돕고 있다.

그는 퇴직한 친구들 사이에서 '퇴직 후 자기 하고 싶은 일 행복하게 하면서 사는 멋진 친구'로 통한다.

아내는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한 당신 정말 대단하다. 모델이 당신하고 맞는 거 같아"라고 응원해줬고, 자녀들은 "아빠가 예전에, 회사에서 멋있게 활동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다시 보게 됐네. 화이팅"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홍씨는 "허리가 굽지 않으면 모델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롤모델로 세계적인 시니어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를 꼽았다.

델로피체(93세)는 81세 나이에 뉴욕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르는 등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모델 일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시니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시니어들은 퇴직 후에 할 일이 많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 아이템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면서 "4차산업혁명과 연관된 정책 개발로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도 시니어모델이 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델은 열정과 도전정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미리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도전해보라"고 했다.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
[안양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씨가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사는 데는 안양시의 시니어 지원 정책이 많은 도움을 줬다.

안양시는 시민들이 은퇴 준비를 통해 성공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2019년 3월 '안양시 신중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은퇴자들의 생애 설계, 재취업과 사회활동 참여를 위한 교육훈련, 공공일자리 창출 등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2019년 7월 개소한 안양시베이비부머지원센터는 시니어모델 아카데미를 비롯해 시니어를 위한 교육 및 상담, 직업훈련, 사회공헌형 활동,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등 특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고령화 시대 시니어에게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며 "은퇴는 사회생활의 종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으로, 시니어들에게 인생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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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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