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도미노·농심 등
단종 제품 재출시 잇따라
신제품 개발 부담 적고,
소비자도 '아는 맛' 선호
MZ세대 호기심도 겨냥
불황 속 '흥행 보증수표'
단종 제품 재출시 잇따라
신제품 개발 부담 적고,
소비자도 '아는 맛' 선호
MZ세대 호기심도 겨냥
불황 속 '흥행 보증수표'
편의점 GS25가 재출시한 '혜자 도시락 등심돈까스'. GS리테일 제공
최근 편의점 GS25는 '혜자 도시락 등심 돈까스'를 재출시
했다. 2014년 '김혜자 도시락' 시리즈 중 하나로 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4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 이후 2019년 단종됐다가 6년 만에 컴백한 것. GS25 관계자는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검증된 맛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며 "신제품은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과거 히트작은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돼 위험도가 낮다"고 했다. GS25는 2월에도 손으로 잡아서 먹는 방식의 편의점 김밥 '바삭김밥'을 2021년 단종 이후 4년 만에 재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 바삭김밥은 출시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돌파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다가 시장에서 사라졌던 단종 제품들이 귀환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 익숙하고 검증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각종 리스크를 줄이려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선 과거 히트작을 재해석하는 레트로(복고) 마케팅을 앞세워 기성세대는 물론 MZ세대까지 고객층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기대
해 볼 수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단종 제품이 경기 불황 속 저비용·고효율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
까지 나온다. 불황 땐 아는 맛이 강하다
도미노피자는 한국 진출 35주년을 기념해 1월 더블 크러스트 도우를 적용한 피자 5종을 출시했다. 도미노피자 제공
도미노피자는 올해 초 더블 크러스트 도우를 적용한 피자 5종 메뉴를 선보였다
. 더블 크러스트 도우는 두 겹의 얇은 신(Thin) 도우 사이에 모차렐라, 에멘탈 등 다양한 치즈를 넣은 도우다. 2003년 첫 출시 후 인기를 끌다
가 2020년 생산을 멈췄다.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잇따르자 결국 한국 진출 35주년을 계기로 다시 판매에 나선 것
.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보다는 원래 즐겨 먹던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단종 제품의 재출시는 기업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무엇보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기존 레시피가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또 제품을 기억하는 소비자층이 존재하기에 홍보·마케팅 부담도 적다
. 최근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각각 재출시한 '미노스 바나나우유(2012년 단종)' '피크닉 천도복숭아맛(2016년 단종)' 모두 기존 레시피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촌스러워야 힙하다
1월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을 단종 35년 만에 재출시했다. 농심은 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50년 전 제일기획이 제작한 광고(왼쪽 사진) 영상을 그대로 사용했다. 농심 제공
최근 복고 열풍이 불고 있는 점도 기회다.
단종 제품이 30~40대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10~20세대에게는 '힙(hip)'한 아이템으로 인식
되기 때문. 농심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을 단종 35년 만에 다시 내놓은 것도 복고 트렌드를 겨냥
한 성격이 강하다. 농심라면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은 50년 전 흑백 광고 영상을 그대로 사용했다. 성우 목소리 톤이나 서체도 1970년대에 맞췄다. 특유의 옛 감성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이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10일 기준 1,275만 회에 달한다. 농심 관계자는 "
너무 오래된 제품이라 레시피가 디테일하게 남아 있지 않은 데다 요즘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해 개발 비용과 시간이 신제품 출시와 다를 바 없었다
"며 "그럼에도 단종 제품을 내놓는 건 복고 열풍과 맞물려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식품업계가 과거 히트작의 레시피와 디자인을 살짝 업그레이드하는 '재탕' 행보를 반복하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제품 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식품업계에선 과거 '허니버터칩' 같은 메가 히트작이 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