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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성명과 연령, 본적, 주소는?

A :
김신조, 27세입니다. 본적은 함북 청진시 어항동이고, 주소는 청진시 청암3구역 청양동 제3반입니다.
장홍근 중앙일보 기자가 1968년 1월 22일 새벽에 찍은 김신조 모습. 중앙포토


Q : 소속과 계급은?

A :
조선인민군 제124군부대, 소위입니다.

Q : 이번 임무는?

A :
청와대 내부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모가지를 떼고, 수하 간부들을 총살하는 것입니다.
1968년 1월 22일 오후 7시 육군방첩대 회의실에서 김신조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 전인 1월 21일 북한군 124부대원 31명이 청와대로부터 300m 떨어진 세검정 고개로 들이닥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살이 이들의 목표였다. 다행히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총경이 이끄는 경찰에 막혔다. 작전실패.

하지만 당시 경계망이 뻥 뚫린 데 대해 온 나라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온 게 주민등록번호와 예비군이었다.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던 김신조는 나중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지난 9일 82세로 영면했다.

1·21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1968년 2월 27일 ‘향토예비군설치법시행령’을 제정·공포한 뒤 그해 4월 1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 향토예비군 창설식을 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내 나라는 내 힘으로, 내 고장도 내 힘으로 방위하자”고 힘줘 말했다.

1968년 4월 1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향토예비군 창설식. 국가기록원

그리고 올해 예비군 창설 57주년을 맞았다. 매년 4월 첫째 주는 ‘예비군 주간’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까지가 올해 예비군 주간이었다. 예비군의 날은 매년 4월 첫째 금요일이다. 2025년 예비군의 날은 4월 4일이었다.

대한민국 예비군은 주변의 이웃들이다. 동네에서, 길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소시민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얕봐선 안 된다.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일이 생기면 곧바로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는 영웅들이기 때문에다.

포병사격 훈련 중인 예비군. 육군

평범하지만 위대한 ‘작은 거인’ 예비군을 만나봤다.



일주일에 두 세번 군복으로 갈아입는 남자

권혁진씨는 직업이 2개다. 평소 대드론산업협회에서 일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 또는 사흘 또 다른 ‘직장’으로 출근한다. 육군 제72보병사단(올림픽부대) 맹호여단 군수지원대대다. 그는 예비역 중령으로 대대장을 맡고 있다.

권혁진 예비역 중령
권 중령은 상비예비군이다. 상비예비군은 유사시 예비군으로 다수 충원하는 동원사단·동원보충대대·동원자원호송단 등에서 주요 직책을 수행할 예비역을 평시 소집·훈련해 이들을 전시 동일한 직책으로 동원하는 제도다. 장교·부사관 등 간부뿐만 아니라 병사도 지원할 수 있다.

원래 ‘비상근예비군’으로 불렀는데 국방부는 올해 ‘상비예비군’으로 명칭을 바꾸려고 한다.

권 중령의 집은 충남 세종시다. 부대는 경기도에 있다. 거리가 400㎞가 넘는다. 부대에 나가는 날은 부대서 멀지 않은 친가에 묵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장성한 아들을 반겨주는 부모님과 매주 잠깐 떨어져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가족들이 고맙다”며 “군복을 입고 부대에 들어가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박사 공부에 매진하려고 전역했다. 그리고 상비예비군에 지원했다. 권 중령은 “사정상 군을 나와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상비예비군을 인터넷에서 알게 돼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권 중령은 처음엔 단기 상비예비군이었다. 단기 상비예비군은 연간 30일까지 소집된다. 지난해 장기 상비예비군이 됐다. 장기 상비예비군은 연간 180일까지 소집된다.

장교·부사관는 물론 병사로 제대한 사람도 상비예비군이 될 수 있다. 단 예비군 8년 차까지만 가능하다. 현재 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 27명의 병사 상비예비군이 근무하고 있다.

예비군이라고 임무를 대충대충하지 않다. 권 중령은 지난 겨울 혹한기 훈련을 현역과 함께 뛰었다. 전시 편성되는 여단 전투참모단에도 상비예비군이 배치된다. 평시 편성이 미비한 전투참모단의 공백을 상비예비군이 보완한다.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상비예비군이 현역과 힘을 합치면 전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상비예비군이 동원사단 장비 교관으로 나서 ‘짬에서 스며 나오는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현역은 실전 감각을 높이고, 예비군은 전투력을 유지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권 중령은 “현역 때 보직이 군수는 아니었다. 군수역량을 키우려고 연구강의와 전술토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며 “현역 때보다 예비역 때 공부를 더 한다”고 웃었다.

상비예비군의 숫자가 적다는 사실이 아쉽다. 올해 단기 3500명, 단기 200명 등 3700명 뿐이다. 상비예비군 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우가 아직 부족해서다. 단기 상비예비군의 훈련 보상비는 평일 10만원, 휴일 15만원이다. 장기 상비예비군은 평일·휴일 가리지 않고 훈련 보상비 15만원이다.

장기 상비예비군은 연간 최대 27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자영업이나 프리랜서와 같이 다른 소득이 있어야만 할 액수다. 군 마트(PX)나 소속 부대 복지회관을 이용할 수 있고, 소집 중 점심을 받으며, 부상할 경우 군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등 혜택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을 상비예비군으로 끌어모으기엔 모자르다.

군 당국도 예산 당국과 협의해 상비예비군의 대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4대 사회보험만이라도 해결해주면 지원율이 높아진다고 상비예비군들이 입을 모은다.

전시 상황을 대비해 증편훈련을 벌이고 있는 예비군. 육군

권 중령은 “상비예비군 대대장 집체 교육에서 동원전력사령관이 한 명 한 명 손을 잡으며 ‘당신이 진짜 애국자’라고 말할 때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진하다”며 “현역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넘어 전시 적을 이길 수 있는 예비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시 소시민이지만, 전시엔 전사로 돌변

강민석씨는 육군 제37보병사단(충용부대) 흥덕구지역대장(5급 군무원)이다. 그는 2017년 제2작전사령부 ‘TOP 예비군지휘관’으로 뽑혔고, 흥덕구지역대는 2022~2024년 ‘사단 TOP 예비군’에 올랐다.

강민석 지역대장
2023년 7월 15일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돼 14명이 사망했다. 그의 사무실에서 바로 지하차도가 보인다고 한다. 당시 그와 예비군이 바로 사고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또 매일 물에 집이 잠긴 이재민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2005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20년째 예비군 업무를 맡은 그는 예비군의 잠재력을 믿는다고 한다. 강씨는 “시대가 바뀌어 예비군도 달라졌다. 전투모를 비스듬히 쓰고, 상의를 내 입는 복장불량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시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대신 예비군의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문의사항도 늘어났다. 그에 따라 그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도 증가했다.

강씨는 “전시나 유사시 예비군은 적에게 무서운 전사로 돌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미라씨는 제39보병사단(충무부대) 남해군 여성예비군이다. 2006년부터 만 18~63세 대한민국 여성은 여성예비군에 지원할 수 있다. 남해군 여성예비군은 2009년 창설됐다. 경상남도의 다섯 번째 여성 예비군이다.

강미라씨
강씨는 남해군 여성예비군 창설 멤버다. 권씨는 “원래 여군이 되고 싶었는데,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여성예비군이 생겨 기쁜 마음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남해군 여성예비군의 부대원 연령대는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강씨는 “내가 아들보다 먼저 입대했다”고 웃었다.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나이(만 63세)가 찬 대원이 나오면 부대 결원이 생긴다. 올해도 “팔다리가 쑤신다”며 2명이 그만뒀다. 새 대원을 뽑아야 하는데 과정이 아주 깐깐하단다. 강씨는 “지원자가 줄을 섰다”며 “품행이 방정하고, 타의 모범인 사람만 남해군 여성예비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예비군의 주요 임무는 전시 ▶응급환자 응급처치·후송 ▶지역안정 선무활동 ▶상황전파·비상연락, 평시 ▶재해·재난 구호 ▶지역 안보계도 활동 등이다. 남해군 여성예비군은 간식을 들고 장병을 위로하며, 격오지 부대의 급식을 지원한다.

그래도 이들은 ‘군인’이기 때문에 매년 사격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강씨는 “10발을 쏘면 최소 6발은 명중한다”고 말했다.



현역 부족한 2035년까지 예비군 정예화 마쳐야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예비 전력이 ‘예비’가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알려줬다. 게다가 인구절벽→병력축소의 암울한 미래가 한국에 닥칠 전망이라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란시 시민들이 폴란드군의 지도를 받으며 총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유사시를 대비해 매년 시민 10만명에게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요즘 예비군은 전 세계적으로 안보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AFP=연합

답은 정해졌다. ‘예비군 정예화’다. 군무원을 늘려도, 이들을 전투에 투입할 순 없다. 인공지능을 갖춘 드론과 로봇을 전쟁터에서 보겠지만, 무인전력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우수한 예비군 자원을 놀릴 수 없는 상황이다.

장태동 국방대 예비전력 센터장은 “2035년이면 현역이 크게 줄면서 예비군이 없으면 나라를 못 지킬 수도 있다”며 “길은 하나라 눈앞에 뻔히 보이는 데, 아직 한국은 입구에서 주저하고 있다. 정부와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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