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의 가늠자가 될 미일 관세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인상을 앞세워 일본으로부터 자동차와 농산물 부문에서 양보를 끌어내려는 걸로 보인다.
1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7일 이뤄진 일본 측 협상단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무역적자 등을 언급한 뒤 “미국은 일본을 지키고 있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엔에이치케이(NHK)방송은 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본 무역적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17일 이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필두로 한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해 관세 협상에 나섰다. 이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약 5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위와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18일 미국과 관세 협상을 위한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현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후 자리를 옮겨 진행된 실무급 협상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미국의 자동차 안전 기준이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거나 “쌀 수입이나 유통 구조에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육류나 어패류, 감자 등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 미 무역대표부 무역장벽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이에 일본 측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우선순위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일본 정부가 향후 협상 카드로 쌀이나 대두의 수입 확대, 수입 자동차 인증제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달 중 두번째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
실무 협의에서 방위비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만큼 두번째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언급한 이상 모종의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할 거란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환율 문제도 향후 의제에 오를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회의 참석차 이달 하순 미국을 방문하면서 24일 베선트 재무장관과 회담을 조율 중”이라며 환율 문제가 논의될 걸로 전망했다.
이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 “모든 것이 정리돼야 비로소 패키지로 합의할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 분석해 다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