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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등 철거민들 성북구청 앞 천막 농성
“사회 적응 시간 필요…주거 대책 마련해달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에 지난 17일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의 여성들이 이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천막 옆에는 ‘우리는 살고 싶다’ 등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있다. 이예슬 기자


서울의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미아리텍사스’의 강제 철거가 시작됐다. 성매매 여성 등 철거민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성북구청 앞에서 천막 농성에 나섰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미아리 재개발 구역 인근 곳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이 5~6명씩 서 있었다. 이들은 “이쪽 골목으로는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며 재개발 구역으로 향하는 길목의 통행을 가로막았다. 해당 구역에서는 지난 16일 건물 두 채에 대해서 명도 집행이 있었다. 이 건물에 거주하던 성매매 여성 등 철거민들은 강제로 퇴거했다.

서울 성북구 미아리 성매매 집결지 인근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이들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7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서현희 기자


한 때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었던 이곳의 건물들은 현재 대부분이 비어있다. 붉은색 천막 아래 벽면에 붉은 래커로 ‘공가’라고 적힌 건물들이 보였다. 골목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돼 악취가 풍겼다. 사람이 떠난 골목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했다. 이곳을 아직 떠나지 못한 일부 여성만이 천막 사이 해가 드는 곳에 쪼그려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때 4000여명에 달했던 이곳의 성매매 여성들은 현재 60명가량으로 줄었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전부터 성북구청 앞에 천막을 펼치고 24시간 농성을 시작했다. 재개발 사무소 앞에서도 이주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6일 명도 집행으로 건물에서 쫓겨난 여성들은 맨발에 잠옷 차림으로 시위에 나섰다. 호피 무늬 민소매 잠옷을 입은 한 여성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쇠꼬챙이로 문을 쑤셔서 열더니, 잠옷만 입은 채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 예정인 서울시 성북구 미아리 집창촌 내 한 업소 앞에 지난해 10월 한 성매매 여성이 서있다. 이들은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들은 “실질적인 주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수진 미아리성노동자이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성매매를 했다고 해서 우리가 다른 일을 못 할 이유는 없다”며 “사회에 적응할 시간과 몸 누일 공간만 있다면 우리가 뭘 못하겠나”라고 말했다. 홍혜진씨(가명·62)는 “(성매매를 그만두고) 네일(아트)을 배우러 다니더라도 누울 집은 있어야 하지 않냐”며 “여기서 나간 아가씨 한 명은 이사비용 151만원 밖에 못 받았다더라”고 했다.

재개발 조합 측은 “올해 안에 명도 집행을 모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2024년 2월까지 자진 이주하라고 이미 공고를 해왔다”며 “현재 남아있는 철거민들은 법적으로 임대주택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사비만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A씨도 “재개발이 늘어질수록 조합원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상은 업주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아리 성매매 밀집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시작됐다. 이에 성매매 여성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성북구청 앞에서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이곳에서 성매매 여성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 지역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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