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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못할 때 응원하는 사람이 진짜 팬"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팬으로 유명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 중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요즘 실력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안타까운 마음에 사직구장에 가서 응원할 생각이에요. 잘할 때 응원하는 거 누군들 못하겠어요. 못할 때 응원하는 그 사람이 바로 진정한 팬이죠."2012년 9월 문형배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 엑스(X) 게시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한 언어로 설명한 '선고 요지'는 사회 각계에서 '민주주의의 교과서' '한 편의 문학 작품' '감동을 준 명문' 등 극찬을 받았다. 이를 22분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 문 전 재판관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뜨거워졌고, 18일 그의 퇴임을 계기로 과거 일화들 역시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독지가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 출신' '평소 소탈한 성격' '독서광' 이외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또 있다.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팬이라는 사실이다. 문 전 재판관은 2019년 4월 헌법재판관에 오르기 전까지,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경남(PK) 지역에서만 법관 생활 27년을 보냈다. 이른바 '향판' 출신이다.

롯데 자이언츠 팬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진의 늪 빠져도... 남다른 '롯데 사랑'



문 전 재판관의 '롯데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2010년 3월 X 게시글을 통해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선수는 연예인과 다름없다. 늘 응원석을 채워 준다. 그러면 인간적으로 우승은 팬이 아니라 선수들이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푸념했다. 그해 롯데는 정규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는데,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해 우승에는 실패했다.

10년 뒤인 2020년 5월, 롯데가 시즌 개막 직후 4연승을 거두며 우승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자 문 전 재판관은 X에 "놀랍다"고 적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예 X 계정 소개글에 '롯데 자이언츠 우승'이라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에도 롯데의 정규 시즌 최종 성적표는 7위였다. '가을야구'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이렇듯 문 전 재판관이 오랜 시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롯데를 응원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야구 팬들은 "평생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계셨다"며 측은한 마음을 내비쳤다. 헌재 법정에서 그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침착하게 심리하는 장면을 두고선 "정신력이 강한 롯데 팬답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 경기 도중 롯데 투수 김원중이 마무리 투구를 하고 있다. 대전=뉴스1


"롯데 경기서 시구해 달라"



지난 4일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문 전 재판관의 주문 낭독을 계기로 그에 대한 야구팬들 관심은 더욱 끓어올랐다. 한 롯데 팬은 야구 커뮤니티에 "문 전 재판관이 롯데 경기에서 시구를 하면 좋겠다"고 적었다. 다른 팬은 "윤석열 파면을 외친 문형배를 위해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과 우승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구단의 분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롯데는 18일 기준 3위를 기록 중이다.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문 전 재판관은 18일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퇴임사와 함께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헌법재판관 임기 6년간 서울에 거주한 그는 원래 주거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 사직구장 관중석에 앉아 롯데 응원가 '부산갈매기'를 목 놓아 부르는 '롯데팬 문형배'의 모습이 TV중계 카메라에 포착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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