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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동부의 고요한 언덕 위, 아침 안갯속에서 자라는 포도들이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뛰는, 그렇지만 가격표를 보면 망설이게 되는 그 이름, 바로 ‘부르고뉴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한 병에 수천만원이라는 소문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바로 지금 마시기 좋은 부르고뉴의 숨은 보석들을 만나보자.



부르고뉴에 대한 오해

지난 2월 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협회의 주요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프랑수아 라베 부르고뉴 와인협회장을 비롯해 샤블리 와인 위원장인 프랑수아 보르데, 프랑수아즈 루르 부르고뉴 와인 홍보 담당자 등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부르고뉴 와인 프레스 아뜰리에’ 행사의 주제는 ‘부르고뉴 와인 자세히 들여다보기’였다.

건배를 제안하고 있는 프랑수아 라베 부르고뉴 와인 협회장(오른쪽)과 프랑수아 보르데 부르고뉴 와인 협회 샤블리 와인 위원장.


부르고뉴 와인협회가 한국에서 행사를 개최한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으로, 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급성장한 한국 와인시장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부르고뉴의 빌라주급(마을 등급)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3년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콧대 높은 부르고뉴 와인이 한국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대규모 홍보에 나선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부르고뉴 와인과 친해질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다.

부르고뉴의 포도밭.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르고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동부에 있는 이 지역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부르고뉴 와인은 수많은 애호가들의 로망이자 꿈의 와인으로 불린다. 특히 ‘로마네 꽁띠’ 같은 와인은 경매장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며 ‘부르고뉴=비싼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최근 부르고뉴 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가의 이미지에 가려졌던 가성비 좋은 부르고뉴 와인들이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매년 최고가를 갱신하며 명성을 더하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이지만 로마네 꽁띠와 같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경매시장에 나오는 와인은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것 중 1%도 되지 않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도 가격 대비 훌륭한 품질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이 대거 생산된다. 맛은 부드럽고 향은 섬세하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이다. 부르고뉴 와인의 품격은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줄인, ‘부르고뉴’라는 이름만으로 주눅 들기엔 아까운 숨은 보석 같은 와인들이다.

부르고뉴 와인, 이것만 알아두자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는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포도품종이다.


부르고뉴는 단일 포도 품종 와인으로 유명하다. 적포도는 피노 누아, 백포도는 샤르도네 중심으로 생산되는데 같은 품종이라도 생산 마을, 밭의 위치, 토양 성분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보여준다. 이런 특성 덕분에 부르고뉴 와인은 ‘테루아(포도밭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예술’이라 불리며 와인이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함과 섬세함의 극치라 평한다.

※부르고뉴 대표 포도 품종은 두 가지!

-피노 누아 (Pinot Noir) : 연하고 투명한 색감, 체리·라즈베리·흙내음·허브 등의 섬세한 향을 가졌다. 타닌은 적지만 산미가 살아있어 음식과의 궁합이 뛰어나다. 한식 중에서는 간장 베이스 고기 요리나 제육볶음, 잡채와도 잘 어울린다.

-샤르도네 (Chardonnay) : 화이트 와인으로, 가볍고 청량한 스타일부터 오크 숙성으로 진하고 고소한 와인까지 폭이 매우 넓다. 회, 크림 파스타, 구운 닭고기 등과 페어링이 좋다.

종류별 생산량을 보면, 화이트 와인이 61% 정도로 가장 많고, 레드 와인이 27%, 크레망(약한 발포성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이 12%를 차지한다. 이중 약 1%만이 그랑 크뤼 등급에 속하며, 빌라쥬와 프리미에 크뤼가 46%, 그리고 절반 이상인 53%가 레지오날 AOC(아펠라시옹, 프랑스 와인 법으로 지정된 와인 생산 지역 명칭)와인이다. 생산된 와인의 절반이 해외 시장에 수출되는데 수출 시장에서 프랑스 전체 AOC 스틸 와인 매출의 25%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은 총 4가지 등급(그랑 크뤼, 프리미에 크뤼, 빌라주, 레지오날)으로 나뉘며 포도 품종과 재배 지역, 생산 방식 등을 세부적으로 규제하는 AOC 제도(아펠라시옹, 프랑스 와인 법으로 지정된 와인 생산 지역 명칭)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된다.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

-그랑 크뤼 (Grand Cru) 등급 : 전체 생산량의 약 1%에 해당하는 최상급 와인. 특정 포도밭 단일 와인으로 품질과 희소성이 뛰어남.

-프리미에 크뤼 (Premier Cru) 등급 : 특정 마을 안에서 특별히 인정받은 1등급 밭의 와인. 마을 이름과 포도밭 이름이 라벨에 함께 표기된다.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빌라주 (Village) 등급 : 특정 마을 단위에서 생산된 와인. 마을 이름만 라벨에 표기되며 생산량의 약 36%를 차지한다.

-레지오날 (Regional) 등급 :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 입문용으로 적합한 기본 등급으로 생산량의 약 53%가 이 등급에 해당된다.

부르고유, 지역을 보면 맛이 보인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부르고뉴는 지역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대표 지역 5곳을 기억해두면 와인 고르기가 한결 쉬워진다.

먼저, 가장 북쪽에 있는 샤블리(Chablis)는 100%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유명하며, 미네랄 향과 신선한 산미가 특징이다. 산도가 높고 깔끔한 스타일로 회, 해산물과 찰떡궁합이다. 코트 드 뉘(Cote de Nuits) 지역은 부르고뉴 최고의 레드 와인 생산지로 로마네 꽁띠와 같은 세계적 그랑 크뤼들이 집중되어 있다. 코트 드 본(Cote de Beaune)은 화이트 와인의 중심지로 몽라셰, 뫼르소, 포마르와 같은 고급 와인들이 생산된다. 복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스타일을 보여준다. 코트 샬로네즈(Cote Chalonnaise)는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 지역이다. 편하게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 많다. 부르고뉴 가장 남쪽에 위치한 마코네(Maconnais)는 부드럽고 과일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 중심지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숙성이 빠른 와인이 생산되고 부담 없는 가격대로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좋다.

어떤 와인 마실까?

과거에는 보르도나 바롤로 와인처럼 무겁고 진한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깔끔하고 가벼운 스타일, 목 넘김이 좋고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기서 부르고뉴는 완벽하게 맞춤 제작한 듯한 궁합을 자랑한다. 피노 누아 특유의 섬세한 산도, 샤르도네의 청량한 향미, 고기든 해산물이든 다 잘 어울리는 만능 플레이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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