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외부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오현·배성아·김용철 교수, 연세대 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허석재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BMC 메디신’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6~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18만여건의 ‘병원 밖 심정지’ 사례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의식불명 환자 292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저체온 치료는 주로 심정지, 뇌졸중 등이 발생한 환자의 체온을 32~36도로 빠르게 낮춘 뒤 일정 기간 저체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환자의 회복에 따라 점차 정상 체온으로 되돌리는 치료법이다. 심장이 멈춰 뇌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되면 뇌신경세포가 빠르게 손상되기 시작하므로 ‘골든타임’이 지날 경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면 뇌신경세포의 손상을 줄이고 주변의 신경세포 역시 최대한 많이 살릴 수 있다. 체온을 떨어뜨리면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뇌세포 파괴를 가속하는 면역계 활동을 낮춰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돼 미국심장협회도 심정지 환자의 심장 기능 회복 후 저체온 치료를 필수적으로 권장하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저체온 치료를 받은 집단의 사망률(35.1%)은 받지 않은 집단(43.3%)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들을 보정한 뒤 저체온 치료군의 상대적 사망률을 분석해보니 비치료군보다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과 뇌 손상 발생률은 병원 도착 후 저체온 치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짧을수록 낮아졌다. 3시간 이내에 시작해 비교적 일찍 치료를 받은 환자는 상대적인 사망 위험이 60%, 뇌 손상 발생률이 37% 감소했다.
이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병원 밖 심정지라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저체온 치료의 효과를 명확히 규명한 첫 번째 대규모 연구다. 연구진은 국가 단위의 실제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여서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오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저체온 치료의 시기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며 “이는 의료진의 신속한 치료 결정과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