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2명 지명 효력정지 등 중요한 사건을 8대 0 전원일치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여서 한결 홀가분했을 것이다.
전임 소장이 퇴임한 작년 10월부터 헌재를 이끌어온 문 대행은 퇴임사에서 “(현재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학술적 비판은 허용돼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의 이념과 성향에 대한 악의적인 공세를 콕 집어 문제 삼은 것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 대행이 우리법연구회장을 역임하는 등 진보 성향이라는 점을 들어 편향적 결정을 한다는 공세를 펴왔다.
문 대행은 17일 인하대 특강에선 ‘분열과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고 답했다. 관용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자제는 힘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그는 특히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며 정치권 모두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역시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온 이미선 재판관도 “매 사건 저울의 균형추를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고민했다”며 일각의 이념 공세를 에둘러 반박했다. 그는 특히 “국가기관의 헌법 준수는 국민의 명령이자 자유민주국가 존립 전제”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퇴임으로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된다. 헌재가 후임 2명 지명에 ‘월권’ 가능성을 지적하며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만큼 한 대행은 서둘러 지명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차기 정부는 후임 임명 시 “집단사고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문 대행의 제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재판관 개개인이 노력한다 해도 정권마다 노골적으로 자기 편을 심는 관행이 변하지 않으면 이념·정파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