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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에 나오는 그 장학생
정지선 지키는 ‘양심 냉장고’ 주인공 밝혀져
문화방송 경남 유튜브 갈무리

2022년 제작된 문화방송(MBC) 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는 김장하 선생(81)에게 인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경남 진주를 찾은 한 장학생이 등장한다. 김 선생이 60년 운영해온 ‘남성당 한약방’이 문을 닫는단 소식에 내려왔다는 그는 김 선생이 설립한 뒤 국가에 헌납한 ‘명신고등학교’ 7회 졸업생이자 김 선생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김종명씨였다.

김씨가 다녀간 뒤 김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김종명. 그래서 와서 하는 이야기가 ‘제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거를 바란 거는 아니었어.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

이후 김씨는 2023년 11월 ‘어른 김장하’가 영화관에서 개봉하자 서울 용산구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눈물을 훔쳤다. 당시 연합뉴스는 “김 선생의 장학생으로 지금은 증권사에서 일하는 김종명씨”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남이 제게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며 “그렇게 (장학금을) 받고 나니 ‘이런 세상도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장하 선생의 삶이 주목을 받으면서, ‘평범한 사람’으로 온기를 간직하며 살던 김씨의 과거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년 만에 ‘양심 냉장고’를 받게 된 주인공이었다.

지난 17일 문화방송 경남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씨는 2016년 엠비씨 에브리원 ‘피디(PD) 이경규가 간다’에 우연히 출연했다. 당시 이경규는 늦은 밤 서울 여의도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지키는 ‘양심 시민’을 기다렸다. 1990년대 전국적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코너 ‘양심 냉장고’를 오랜만에 재연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정지선을 쑥 넘어서 멈추기 일쑤였고, 신호를 위반해 지나가는 오토바이도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린 끝에, 정지선을 잘 지킨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운전자는 인근 증권사에서 근무한다는 김종명씨였다. 김씨는 “(정지선을) 평소에도 지킨다”라며 “예전에 (이경규가 진행했던) 양심냉장고를 보고 감동받아 그런 교통 질서들은 많이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경규는 “20년 만에 다시 (양심냉장고 주인공 찾기를) 했는데 오늘 양심냉장고의 주인공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박수를 받으며 쑥스러워하던 김씨는 “(횡단보도에) 아무도 안 지나갔는데도 서 계시더라”는 이경규의 말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빨간불이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끝까지 지킨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처럼 일상에서 ‘평범하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

문화방송 경남 유튜브 갈무리

김 선생은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며 39살이던 1983년 진주에 세운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국가에 헌납했고, 1천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선생의 도움으로 많은 학생이 공부할 수 있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세워졌다. 이는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극장에서 상영됐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김 선생의 장학생인 게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어른 김장하’는 극장에서 재개봉돼 현재 상영 중이다.

문 권한대행은 18일 6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이날 헌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렇게 말하며 헌법재판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저는 이제 시민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가족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미선 헌법재판관과 남편 오충진 변호사,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부인 이경아 씨.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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