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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사는 권영준·유리 부부가 딸 아린이와 함께 지난 1월 베트남 여행 중 촬영한 가족사진.


“무너지는 구름다리 너머 아내와 딸만 생각하며 달렸어요. 알고 보니 그 구간은 잘못 디디면 위험한, 끊어졌다 다시 붙은 다리였더라고요. 그 순간 떠오른 것은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뿐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델레이 강진의 여파로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이 흔들리던 순간, 무너지는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뛰어넘어 가족에게 달려간 권영준(38)씨.

53층 높이의 허공을 주저 없이 건너던 그의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되며 태국에서는 ‘국민 남편’이라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권씨는 서울에서 태국인 틱톡 인플루언서 유리(37)씨를 만나 2020년 결혼했다. 태국에서 아내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고 지난해엔 딸 아린이도 태어나며 행복한 가정을 이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닥친 재난은 한순간에 가정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날 53층 C동 헬스장에서 운동 중이었는데, 건물이 곧 무너질 것 같은 강한 흔들림과 굉음이 느껴졌습니다. 사방이 도시 뷰로 트인 초고층 헬스장에서 그 상황을 마주하니 공포감이 엄청났습니다. 정말로 금방이라도 건물이 폭삭 주저앉을 것 같았죠. 그 순간 아내와 딸이 떠올랐고 곧장 가족들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지난달 미얀마 강진 여파로 흔들린 방콕 초고층 빌딩에서 권씨가 뛰어 넘은 구름다리.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가운데 계단을 내려오며 여러 번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부여 붙잡고 52층까지 내려왔다. 그는 “사방으로 물이 넘치는 수영장 광경을 보며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은 구름다리 너머 가족들이 있는 B동의 입구에 꽂혔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선 무너진 구름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당시 영상에는 지진 충격으로 요동치며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지는 다리를 권씨가 영화처럼 가볍게 뛰어넘는 장면이 담겼다.

권씨는 자신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다리를 건널 때 뒤에서 어떤 힘이 강하게 저를 밀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이 먼저 대피한 것을 확인한 그는 40층을 뛰어 내려왔다. 마침내 1층에 도착했을 때는 말할 힘도, 숨 쉴 힘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두 눈으로 가족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순간,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감격이 밀려왔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권씨는 5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를 다녔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인천성산교회 고광종 목사를 만나면서 신앙생활에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창 28:15)

“불과 출석한지 몇 달 안된 인천성산교회에서 고 목사님을 만나 성경을 배우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제게 큰 은혜입니다. 창세기 말씀을 야곱이 아닌 제게 주신 약속으로 받은 것이 가장 감사합니다. 성령 제가 그 다리에서 떨어져 죽었다 할지라도요.”



권씨는 가족을 지키려 했을 뿐인데 ‘국민남편’이라는 호칭까지 얻게 된 것에 대해 “영상을 보고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다”면서 “가족을 지키려 한 것뿐인데 그런 호칭을 들으니 쑥스럽다. 지나갈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그는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씨는 “죽을 수도 있었던 순간을 지나 다시 주어진 삶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을 믿는다”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창세기 28장 15절의 약속을 붙들고 감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을 모르는 이들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그 사랑을 깨닫고 성경을 제대로 배우며 참된 진리를 알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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