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의사·다른 가족 2차 가해 우려”
친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지난 17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용인에서 친부모와 아내, 자녀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에 대해 경찰이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는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한 A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살해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딸 등 5명의 다른 유족 등의 의사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또한 A씨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 사망한 피해자들의 또 다른 가족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부터 중대 범죄 피의자에 대해 ‘머그샷’을 강제 촬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이다.
용인 일가족 5명 살인사건은 가족 간 범죄이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계 존·비속과 아내까지 모두 살해해 가장 가까운 직계 가족이 모두 숨졌으며, 사망자가 5명에 달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신상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 유족의 의사를 고려할 것’이라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신상공개 불가 방침을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자녀와 형제 등 유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상공개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에서 일가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A씨는 범행 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15일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의 한 오피스텔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했다”며 “빚을 지고 민사소송을 당하는 처지에 몰려 가족들에게까지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