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보다는 2조2000억원 늘었지만
소상공인 등 어려움 덜기엔 ‘역부족’
소상공인 등 어려움 덜기엔 ‘역부족’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를 위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18일 편성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찔끔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정부 계획보다 2조2000억원 더 늘렸지만, 장기간 내수 침체로 고통받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기에는 부족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과 민생 분야에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추경 규모로 당초 10조원보다 소폭 늘어난 1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영남권 산불 등 재해재난 대응(3조2000억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지원(4조4000억원), 소상공인 등 민생안정(4조3000억원)에 집중한 ‘핀셋 추경’이다. 규모 면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적정 추경 규모로 제안한 15조~2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찔끔 추경’으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달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 상황이 장기 불황의 늪 초입에 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국가 경제를 확고하게 회복시키겠다는 신호를 주기에는 추경 규모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500조원대인 한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추경 규모가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재정을 풀어 소비 여력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 내용에서는 취약계층·민생 분야 지원을 늘리라는 조언이 나왔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 등 장기적 전략사업 지원에 가장 큰 비중(4조4000억원)을 둔 반면, 직접적인 민생 복지 대책은 부족하다”며 “생활고 사망 등 민생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표출되는데도 긴급복지지원제도 확대와 같은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지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민생 대책 중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항목이 별로 없다”며 “소상공인·저소득층 지원 대책 상당 부분이 금융 지원인데 이는 빚내라는 얘기일 뿐이고, 자영업자 대책도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고 평가했다.
재해·재난 분야에서는 산불 피해 지원보다 장비 구입 등 예방 관련 예산이 더 많았다. 산불피해 복구 예산 중 피해주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1조1000억원인데, 예비비는 그보다 많은 1조4000억원을 증액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기 진작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증액 요구가 있을 때 요구하는 내용이 추경의 목적과 부합하다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규모를 최소 15조로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세입경정은 빠졌다. 올해도 3년 연속 세수펑크가 확실시되는 만큼, 세입 추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따라 약 8조3000억원의 세수 결손 보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2차 추경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새 정부가 2차 추경을 추진한다면 세입경정 추경 편성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