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식에서 입 모아 “헌법·헌재 결정 존중”
한덕수 지명 2인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차기 대통령 지명 전까지 7인 체제로 운영
한덕수 지명 2인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차기 대통령 지명 전까지 7인 체제로 운영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과 이미선 재판관(55·26기)이 6년간의 헌재 생활을 마치고 18일 퇴임했다. 두 재판관은 퇴임식에서 입을 모아 ‘헌법과 헌재 결정의 존중’을 말했다. 헌재는 차기 대통령이 신임 재판관을 지명할 때까지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이 나왔다면 이에 승복하고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이 재판관도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재판관 퇴임사에는 모두 ‘헌법과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 필요성’이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헌재 판단을 왜곡한 궤변을 늘여놓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헌법을 어겨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는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직접 지명하기도 했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은 헌재가 재판관 불임명 행위가 위헌이라고 명시했는데도 끝까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은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인논증은 논리가 아닌 인격, 경력, 사상 등을 근거로 상대를 지적하는 논증 방식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리법연구회 등 과거 이력 등을 토대로 재판관들에 관한 비방이 이어졌다.
두 재판관은 2019년 3월20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국회 청문회를 거쳐 같은해 4월19일 임명됐다. 문 권한대행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 다수 사건에서 합리적으로 결정을 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재판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 지낸 노동법 전문가로, 역대 최연소로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이들은 취임 후 진행된 10건의 탄핵심판에서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헌재는 당분간 7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9인 완전체’가 된 지 열흘 만이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으나, 이들에 대한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재가 인용하면서 임명 절차는 중단됐다. 헌재가 권한대행의 지명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2인 재판관 공백을 메울 신임 재판관들은 오는 6월 조기대선 이후 차기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할 전망이다.
헌재 ‘7인 체제’는 헌재법상 심리·의결 정족수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9인 체제에 비해 결정의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중요 사건의 결론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헌재는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관련 가처분 인용 결정문에서 “나머지 2인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임명을 기다려 심리 및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다음 주 재판관 회의를 열어 헌재소장 권한대행 자리를 이어받는 김형두 재판관에 대한 선출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헌재소장은 대통령 지명 후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되는데, 지금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재판관 지명 때와 같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헌재소장 자리가 비어있을 때에는 헌재법에 따라 임명 일자가 가장 이른 재판관이 권한을 대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