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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 보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넘어, 분열과 변질·궤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유의 난맥상을 초래한 원인과 본연 가치에 충실한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길을 보수 진영의 정치 원로와 정치 평론가 등 4인의 심층 인터뷰로 점검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뿌리를 뒀지만, 윤석열 정권과 3년 내내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해온 정치평론가가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언행에 날 선 비판을 해온 그는 "대한민국 보수 중 상당수가 보수의 변질을 넘어 단기간에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고 개탄했다. 또 전통적 보수계층에서 건전한 상식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반이재명’ 정서가 공고하게 형성됐으며, 윤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그룹 ‘윤핵관’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장 소장과의 일문일답.

-보수의 변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의 보수 정치인과 거리의 보수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윤핵관 같은 정치인들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방어하면 당내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 의석의 대략 80%가 비례대표 혹은 대구·경북·부산·경남 등 보수세가 강한 곳에 분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쪽 지역 지지자들의 성향에 맞는 행태를 보인다. 그 지역 정서는 ‘반이재명’이고, ‘반이재명’의 첫 조건은 윤석열 지키기다. 김상욱 의원을 봐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 메시지를 냈지만, 지역에서 왕따가 됐다.”

-거리에 나선 보수세력의 이유는.


“거리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돈 문제와 관련이 크다고 본다. 전광훈 목사나 우파 유튜버들은 ‘윤석열을 지키자’, ‘부정선거론’을 얘기할수록 후원금도 쌓이고 조회수가 높아져 돈을 더 많이 보는 구조다. 유튜버들이 제일 강하게 주장하는 부정선거 이슈가 그 증거다. 부정선거는 5개 국가기관이 나서서 조사했다. 선관위에서도 자체 조사했고, 감사원에서도 했고, 행안부에서도 특별 감사했다. 방첩사에서도 국정원에서도 했다. 5개 기관 모두 부정선거는 없다고 공식 결론을 냈다. 보고서까지 윤 전 대통령한테 줬지만, 그는 유튜브를 보면서 “아니야 부정선거 있어”라고 생각했다. 보수가 변질됐다면, (돈벌이에 집착하는)유튜버에 의해서 다수의 인식이 잘못된 방식으로 강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보수에서 이탈했다고 할 수 있나.


“시스템과 제도와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집단을 보수로 보기는 어렵다. 불행히도 지금이 그렇다. 맹목적이다. 논리가 없다.”

-새로운 현상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잠시 있었다. 그러다가 선거에서 연패한 뒤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젊은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거나 정의롭고 공정한 (외부인사)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만드는 등 노력을 했다. 그런데 다시 나쁜 과거로 돌아갔다. 부정선거론자의 목소리가 크고 비상계엄을 했더라도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는 사람들이 당내 주류가 됐다. 대구·경북의 합리적 보수층도 ‘윤석열 탄핵이 맞다’고 생각하다가도 ‘이재명 대통령은 안 된다’는 심정으로 비뚤어진 행태를 보이는 게 문제다.”

-보수의 변질인가.


“보수도 아니다. 그냥 감정이다. 이념과 논리의 영역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안 돼. 이재명은 안 돼’라는 감정의 산물일 뿐이다. 국민의힘의 상당수 지지층이 이걸로 뭉쳐 있다. 딴소리하면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그런 행태라면 대선에서 필패일 텐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선을 포기한 것 같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총선과 지방선거다.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룰'을 봐라. 당내 경쟁력이 강한 사람을 뽑기 위한 룰에 불과하다. 일단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우리끼리 뭉치자라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상당수는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의 전당대회에 관심이 더 커 보인다. 권영세, 권성동 두 지도부도 대선 이후 당권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친윤 그룹도 그럴 것이다. 나경원 의원도 솔직히 대선보다는 당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처럼 중진 의원들이 대선보다는 당권에 관심이 많은 것 같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집권 가능성을 포기한 건가.


“국민의힘 내부에는 이재명이 대통령은 되겠지만, 일단 우리가 흩어지지 않으면 ‘이재명이 분명히 사고를 칠 거’라는 기대도 있다고 본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재명 심판' 정서가 확산되면 기회가 올 테니 그때까지 뭉쳐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다. 좋지 않은 심보지만 이미 성공했던 전략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그에 따른 국민의힘의 집권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문 정권은 ‘30년, 50년 간다’며 오만했다. 부동산 실패와 조국 옹호로 망한 것이다.”

-건전한 보수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허들이 높다. 가장 큰 장애물은 윤 전 대통령이다. 파면당한 대통령인데도, 끊임없이 정치적 메시지와 행동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볼모로 잡아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내란죄 재판의 방패막으로 삼으려는 속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새로운 길’을 말하지만 건전하고 상식적이고 제도와 시스템을 존중하는 보수가 아니다. 그에 맞춰 ‘윤핵관’들도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 윤 전 대통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보수가 살아날 방법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버려야 한다. 결별을 해야만 보수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얘기를 하게 된다. 결별을 못하는 건, 영남권 의원들이 기득권을 너무 많이 공고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윤석열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보수가 살아날 방법은 ‘선거 치료’밖에는 없다고 본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대패하고, 이러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이 보수 진영 전체에 필요하다.”

-영남 유권자들이 변할 수 있을까.


“진영과 이념과 지역 논리가 한국 정치에서는 정당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구조는 호남의 지역 패권주의라는 측면에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영남의 경우 이재명이 있는 동안에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전 대표를 악마로 만든 프레임 때문에 영남권 주민들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이 형성되어 있다. (상대 정파의 수장이)악마인 상황에서는 어떠한 합리적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될 수가 없다.”

-답이 없나.


“당장의 해답은 없다고 본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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