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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통계를 왜곡·조작한 구체적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통계 조작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02회에 걸쳐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2017~2021년 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의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은 20.6%로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조사치(62.1%)와 무려 4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감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를 공개했다.

박경민 기자
감사원에 따르면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집권 두 달 만인 2017년 6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확정치(7일간 조사 다음 날 발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결과)와 속보치(7일간 조사 직후 결과)를 추가로 조사해 사전에 보고해 달라는 이례적 지시를 국토부에 내렸다. 통계치의 공표 전 유출은 통계법 위반이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8년 1월 서울 재건축 단지(잠실·목동)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통계에 본격 개입했다. 주중치와 속보치 변동률이 원하는 수치보다 높으면 숫자 조작까지 지시했다. 결국 양천구 주간 변동률은 1.32%에서 0.89%로 바뀌었다. 부동산원은 사전 보고는 위법이라고 보고했지만 청와대에선 “예산이 없어져도 괜찮겠냐”(김상조 전 정책실장)는 반응이 돌아왔다.

김영옥 기자
2019년 중순엔 31주간 이어진 하락세가 보합(0%)으로 보고되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합은 절대 안 된다”고 직원을 닦달했고, 국토부 모 실장은 부하 과장에게 “한 주만 더 마이너스로 조정해 달라고 해 봐”라고 말했다. 부동산원은 “서울 보합세 전환”이라는 보도자료를 “서울 32주 연속 하락세”로 바꿨다. 부동산원이 한 주 후 ‘보합 전환’ 자료를 내자, 국토부 모 과장은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고, 국토부 실장은 부동산원 원장에게 사표를 요구했다. 2019년 11월 부동산원 노조 제보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부동산원 연락을 조심하라”고 국토부에 경고했지만, 이를 보고받은 김 전 장관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잘하라”며 묵인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는 두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오르자 아예 “변동률이 0.06% 아래로 나와야 한다”는 등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후 청와대와 국토부는 전세가격 변동률 조작까지 지시했다.

신재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대노하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시사항 중엔 부동산원 표본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KB 민간통계와 부동산원 통계의 통합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하지만 실무진 사이에선 “조작을 하는데 표본을 늘려서 무엇하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 일었고, KB 통계 폐지 등엔 법적 논란이 있어 실행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정권 후반부인 2021년 6월 국토부 직원 카카오톡 대화방에 “차관님 생각은 정권의 명운이 부동산원 조사에 달려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부동산원 단체 카톡방에도 “얘들아 국토부에서 낮추란다, 낮추자” “폭주를 하네요, 최근엔 대놓고 조작하네요” 등의 대화가 오갔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진짜 다음 주는 마사지해야 되는 거 아냐”는 등의 말도 했다.

감사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가계소득이 줄고 비정규직이 급증하자 청와대와 통계청이 소득·고용 통계도 조작하거나 짜깁기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등 문재인 전 정부 고위 인사 11명을 통계 조작(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백한 조작 감사다. 감사원은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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