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지난해 1월1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유력 후보 중 유일하게 한동훈 후보와 만나지 않고 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제 비전과 함께하면 돕겠다”고 한 오 시장이 유독 한 후보와 회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내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차기 정국의 경쟁자로서 한 후보를 견제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7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과 한 후보 측은 회동 여부를 논의했지만 만나겠다는 서로의 의사만 확인한 채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는 못했다. 오 시장이 지난 15일 홍준표 후보를, 전날에는 김문수·나경원·안철수·유정복 후보를 잇달아 만난 것과 비교된다. 오 시장은 홍 후보와 만찬을, 김 후보와는 조찬을 했다. 안 후보와는 오찬을 했고, 나 후보와는 차담 형식으로 회동했다.
‘회동 패싱’을 두고 오 시장이 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나 후보는 이날 BBS라디오에서 “오 시장께서 모든 후보를 만났다. 한 후보만 빼놓고”라며 “제가 알기로 아마 한 후보는 만나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차기 당권·대선에 도전할 때 한 후보가 경쟁자가 될 것을 의식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이자 중도보수 성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의 경쟁심도 있는 것 같다”며 “오 시장이 대선주자로 거론될 때 제일 스탠스가 비슷한 사람이 한 후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 입문이 늦은 한 후보가 오 시장과 친분이 깊지 않다는 점도 이유라는 의견도 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한 후보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그런(회동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동 계획에 대해서는 “그건 한 후보 측에서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한 후보 측도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며 회동이라는 형식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모든 분과 함께 하고 싶다”며 “누굴 만나고 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도 “(오 시장과) 소통하고 있고 곧 만날 것”이라며 “오 시장이 얘기한 격차 해소 등은 우리와도 (철학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