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률가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인하대학교
"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 18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법률가의 길’ 특강에서 이렇게 밝혔다. “최근 몇 달 동안 분열과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문 권한대행은 퇴임식을 하루 앞두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200여명 앞에서 ‘법률가의 길: 혼(魂) 창(創) 통(通)’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서울대 법대 동기인 정태욱 교수의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법률가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그는 법률가의 혼(魂)과 관련해 “‘왜 나는 법률가가 되려 했나’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내가 지금 여기 있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성공’이란 말을 인용하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창(創)은 “독창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판사 시절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사건에서 현장 검증을 해본 뒤 결론이 바뀐 경험 등을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마지막으로 소통을 의미하는 통(通)은 “막힌 것을 뚫고 물 같은 것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경청의 자세와 자기의 뜻을 밝히는 의사 표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이 17일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률가의 길’ 특강을 했다. 인하대학교
문 대행은 강연 이후 학생들과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만장일치를 이루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게 된 것은 성문법만 아니라 불문율에 힘입은 바도 크다”며 “그 불문율이 관용과 자제”라고 했다.
이어 “‘탄핵소추는 야당의 권한, 국회의 권한이라 문제없다’고 이렇게 얘기하고 ‘그렇다면 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 아니냐’고 하는데 거기서 답을 찾을 수는 없다”며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를 봤을 때) 현재까지 탄핵소추는 그걸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을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 선고에서 약간 모순이 있지 않으냐’고 하는 데 저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은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돼야 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게 통합이지,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느냐”고 했다.
“상호 관용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야당에서 야당 지지를 주장했던 걸 여당일 때 받아들이고, 여당일 때 주장했던 걸 야당일 때 받아들이면 된다”며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주장이 다른데 그건 관용과 자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헌법의 구속력에 한계를 느낀 적 없느냐”는 질문엔 “시간이 다 해결했지 않느냐. 마은혁은 임명됐고 그다음에 한덕수 총리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보류됐지 않느냐. 그게 정당한데 어느 누가 막느냐. 저는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