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복귀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던 출입국본부장이 갑자기 사직서를 낸 사실이 확인됐다. 복귀한 박 장관이 윤 전 대통령 출국금지 관련 문제로 본부장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법무부가 술렁이고 있다.
16일 법무부 전현직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지난 10일 복귀한 뒤 각 부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11일에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업무보고를 했는데, 이후 배상업 출입국본부장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고 14일(월요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당시 업무보고 때 박 장관은 배 본부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격노’했고, 고함이 장관실 밖에까지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 본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직에 법무부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공통된 시각은 박 장관이 비상계엄 및 출국금지 관련 사안을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내부 승진으로 지난해 8월 출입국본부장이 된 배 본부장은 앞서 ‘12·3 내란사태’ 뒤인 12월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지휘를 받아 윤 전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배 본부장은 그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출국금지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업무보고를 받다가 언성이 높아졌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출국금지 사실 공개를 금지하는데, 당시 사전 보고도 없이 이를 공개했다”며 “그때도 질타했는데 이번에도 그 얘기가 다시 나와서 이야기를 했지만 출국금지 자체는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출국금지 공개 문제로 이제 와서 배 본부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법무부 회의에서 나온 박 장관의 지시를 배 본부장이 검찰 조사 등에서 진술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회의에서 사표를 제출했던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당시 장관이 출입국본부장과 출입국 업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법무부 일각에서는 계엄 때 배 본부장이 장관 지시 등을 거부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무부는 해당 의혹에 대해 “(박 장관은) 본부장의 검찰 조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그런 얘기는 일부러라도 안 한다”고 했다.
한편, 배 본부장은 수차례 전화와 사직 이유를 묻는 문자메시지 등에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