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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 긴급 임직원 간담회를 소집한 김상준 대표가 “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생활용품·석유화학·항공업을 주력으로 하는 애경그룹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진즉 AK플라자 등 자산을 매각하려고 내놨지만 인수 희망자가 없었다. 잇따라 증자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엔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까지 터져 ‘자금난’이 가중했다. 지주사인 AK홀딩스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조원에 이르렀다. 부채비율도 328.7%까지 뛰었다. 결국 그룹 모태이자 주력인 애경산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애경 관계자는 “71년 업력의 회사조차 주력 회사를 내놓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코너에 몰렸다”고 말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고(高)’ 장기화 추세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 갈등까지 겹치며 기업 ‘돈줄’이 바짝 말라붙었다. 중소·중견 기업은 물론이고 불황을 맞은 2차전지·석유화학·건설 등 대기업조차 빚 부담에 시달린다.

김경진 기자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비수도권 소재 업체 대표 김모(55)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설비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받은 15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매달 돌아오면서다. 김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00억원가량 줄어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70조944억원에 달한다. 차환(신규 채권 발행)이나 상환 압박이 커진다는 의미다. 우량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등은 자금 조달 조건이 더 나쁘다. 충북의 한 식품업체 대표 홍모(65)씨는 “대기업은 1금융권에서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중기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최근 은행에서 돈줄을 죄고 있다”며 “2금융권은 대출 이자가 연 10% 이상이라 일단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2, 제3의 홈플러스 같은 법정관리 기업이 나오면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경색할 수 있다”며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까지 자금조달 비용(금리)이 뛰는 등 일부 기업의 자금줄이 막힐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고전 중이다. SK그룹은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매출 2조1268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을 올린 ‘알짜 회사’다. 재계 2위 SK조차 자금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에는 ‘4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나온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가 펴낸 ‘부동산 양극화 심화로 건설사 리스크 확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 순위 1~100위 건설사 가운데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이 지난해 11곳에서 올해 15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영업적자, 부채 비율(400% 초과), 순차입금 의존도(40% 초과), 매출채권 비중(총자산 대비 30%, 매출액 대비 35% 초과) 등 4개 지표로 부실 징후를 분석했다. 4개 중 2개 이상 지표를 충족하는 부실 건설사는 2022년 3곳에서 2023년 8곳, 지난해 11곳으로 늘었다. 대부분이 31~100위권으로, 자금난에 취약한 중견 건설사들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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